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뭉칫돈 사채·부동산 이동 조짐/종합과세 충격파/금융권영향·전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뭉칫돈 사채·부동산 이동 조짐/종합과세 충격파/금융권영향·전망

입력
1995.09.08 00:00
0 0

◎은행 금전신탁 대거이탈 우려/기업 자금조달 큰 홍역 가능성/“장기론 피난처없다” 낙관론도정부가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등에 대한 종합과세방침을 밝히자 채권시장이 거의 마비상태에 빠지는등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금융시장에서는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채권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3년만기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은 한때 하루 변동폭으로는 거의 유례없는 0.37%포인트나 오른 연13.35%를 기록했다. 또 채권과 함께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 CD의 수익률도 0.35%포인트 오른 13.40%를 기록하는등 시중실세금리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채권과 CD를 팔려고만 하고 어느 누구도 사려는 사람은 없어 매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의 정책 급선회로 채권시장이 충격에 빠진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종합과세 면제혜택때문에 불과 3개월만에 2조5천억원이 몰려들었는데 갑작스런 방침선회에 따른 뭉칫돈의 대거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이자소득을 바라는 금융소득자들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동요하고 있으며 아예 제도권밖으로 자금을 빼내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채권 CD등에 몰렸던 뭉칫돈들이 5년이상 장기채 장기저축형보험상품 주식시장등으로 빠져나가는등 금융기관간 자금 대이동이 예상되며 특히 제도금융권밖의 사채시장으로 빠져나갈 소지도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부동산등 실물쪽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채권거래가 마비된 상태에서 제도금융권의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경우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혼란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채권시장의 마비로 신규 사채발행이 큰 제약을 받게 됐고 실세금리가 상승할 경우 금융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낙관론도 없지는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정책의 급선회로 금융시장이 일시적인 충격에 빠져 있으나 장기적으론 뭉칫돈이 마땅히 빠져나갈 곳이 없는데다 채권 CD등이 여전히 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허점을 안고 있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채권과 CD CP가 동시에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은행 증권 투금사들중 어느 한쪽의 상품에 특혜가 돌아간 것이 아니어서 금융기관간 자금이동이 예상보다 크지 않고 금융·부동산실명제로 사채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빠져나갈 여지도 많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유승호 기자>

◎과세원칙 섰지만 어디까지 어떻게…/3가지 논란/「만기전」 범위는 언제까지인가/중간보유자도 과세해야 하나/절세상품 기가입자 구제여부/차명·개인거래 등 여전히 구멍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등에 대한 이자소득세 원천징수부과 방침으로 이들 상품이 갖던 「세금도피처(TAX HAVEN)」로서의 매력은 크게 떨어졌다. 나아가 공사채형 수익증권 특정금전신탁등도 사실상 분리과세혜택이 박탈됨에 따라 종합과세 탈출구는 이제 고작 5년 이상 장기채권과 주식으로 축소된 셈이다.

그러나 채권등을 종합과세대상에 편입해도 과세방식과 범위에 따라 얘기는 달라진다. 즉 어디까지 어떻게 과세하느냐에 따라 탈출통로가 전면봉쇄될 수도, 아니면 또다시 「종이호랑이」로 머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재정경제원도 아직 과세방식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방침은 ▲만기전 금융기관에 채권등을 매매하면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는 것 ▲발행금융기관과 비발행금융기관을 원천징수의무에서 차별화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제도든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등이다. 즉 ▲원천징수대상인 「만기전」을 언제까지로 할지 ▲채권 최종보유자외에 중간보유자도 과세할지 ▲채권 분리과세방침만 믿고 절세형 금융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등은 아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백80일물 CD를 은행에서 매입한 A의 예를 보자. A가 계속 보유하고 있다가 만기전 은행에 되팔았다면 종합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데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A가 B에게 팔고 이어 C↓D↓E식으로 연쇄매매가 이뤄져 최종소지자 Z가 만기 하루전 CD를 발행은행에 팔았다면 결국 Z가 이전 보유자들의 이자소득세까지 모두 내야 한다. 물론 앞사람들의 세금부담분은 CD매매가격에 전가되겠지만 A가 1백78일을, Z가 단하루를 보유했더라도 종합과세대상은 Z가 되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A가 매입 열흘(만기까지 1백70일이 남는다)만에 발행은행에 팔았을 경우도 과연 「만기전 매매」로 규정, 종합과세대상에 넣어야 하느냐는 것도 문제로 남는다. 또 C, D, E등 중간보유자들이 금융기관(비발행금융기관)일 경우도 원천징수를 해야 할지 역시 어려운 숙제다.

이같은 허점의 해소방법은 결국 채권 최종보유자뿐 아니라 중간보유자까지도 보유기간별로 이자소득을 원천징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채권도 계좌를 개설, 거래하는 「통장거래제」도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차별적 「보유기간과세」가 확실한 방법이긴 하나 금융기관의 엄청난 행정비용에 채권시장 마비 우려가 커 재경원은 이 제도의 당장도입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재경원은 ▲채권 최종보유자만 원천징수해 종합과세하되 ▲「만기전매매」범위를 일정기간(또는 비율)으로 정하고 ▲비발행금융기관이 중간보유자일 경우엔 원천징수의무를 면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또 종합과세 방침 번복으로 피해를 입을 절세형 상품가입자에 대해선 개정세법에 「경과규정」을 마련, 구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재경원의 이같은 방침은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근저에서 출발하고 있다. 법으로 모두 해결하려다가는 모든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번복된 세법도 결국 「현실적 타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만기전 채권을 종합과세염려가 없는 다른 사람이나 법인(종합과세 아닌 법인세대상)에게 대신 매각케 하는 「차명매각」 ▲거래가 노출되지 않는 개인간 거래등을 이용한다면 아직도 탈출구는 있는 셈이다.<이성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