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등 기본권 확보 가톨릭·이슬람 반대 거세/여성쿼터제 등 제도적 조치마련도 곳곳 걸림돌제4차 베이징(북경)세계여성대회의 GO(정부기구)회의 「행동강령」채택을 둘러싸고 각 그룹들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채택될 행동강령은 「평등 발전 평화」라는 3대 주제아래 빈곤 성폭력 교육 전쟁 경제 보건 정책결정 기구 인권 매스미디어 환경 여아차별등 12개 분야를 21세기 여성발전의 주요 관심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1백20여페이지에 달하는 행동강령안중 3분의1 이상은 미합의 상태다. 각국이 여성문제를 보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다른데다 종교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입장이 달라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행동강령채택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3그룹간의 갈등으로 좁혀진다. 하나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한 선진국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도상국(G77)이다. 여기에 바티칸 교황청과 이슬람국가들, 일부국가의 보수적인 단체들도 주장을 펼친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낙태, 인권문제이며 여성발전을 실현 할수 있는 제도적 조치에 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5일부터 6일까지 계속된 보건분야 실무위원회(WORKING GROUP) 토의에서는 낙태를 중심으로 논쟁이 벌어졌는데 EU측은 산아제한과 여성의 보건을 위해 낙태허용을 주장한 반면 바티칸과 이슬람국가들은 가족 해체와 「하늘이 내린 은혜」를 거절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극렬한 반대를 펼치고 있다.
이 논쟁은 인권분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EU국가들은 출산권, 성행위시 여성의 주체권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의 성적기본권을 주장한다. 낙태문제도 여성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본권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반면 이슬람 국가들과 남성중심의 성문화가 일반적인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6일 열린 실무위원회 토의에서는 제도적 조치에 관해 그룹별 경제 사정에 대립선이 그어졌다. 경제적 사정이 좋은 유럽 미국 캐나다등은 여성지위 향상을 위해 각 국가별로 정부내에 별도의 기관을 설치하고 모든 위원회에 일정 비율 여성이 참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개도국그룹은 국제기구의 강화를 통한 여성지위 향상을 주장했다. 기구 설치와 운영등의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이유에서다. 여성 쿼터제 역시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달 29일 여성정책심의회에서 의결된 각급 위원회내 일정비율참여와 정치참여 쿼터제를 주장하고 있는 여성운동단체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밖에 NGO포럼에서 중심 이슈가 됐던 정신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성폭력 분야에서 논쟁이 있을 예정이다.
각 쟁점들은 실무위원회 회의를 거쳐 주위원회로 상정되며 최종합의사항은 폐막일인 15일 본회의에서 승인된다.<베이징=김지영 기자>베이징=김지영>
◎성 용어표기/섹스대신 젠더 결정
「젠더(GENDER)」냐 「섹스(SEX)」냐.
베이징(북경) 제4차 여성대회 GO회의는 5일 성에 대한 용어 영문표기를 앞으로 생물학적 의미가 강한 「SEX」보다 사회적 의미가 함축된 「GENDER」로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이 용어 선택을 둘러싼 논란은 4일 회의 개막부터 벌어졌다.
「GENDER」와 「SEX」는 우리말로 성이라는 같은 뜻이지만 원어인 영어로는 미묘한 어감차이가 있다. 「GENDER」는 사회적인 의미의 성이고 「SEX」는 생물학적인 의미의 성을 뜻한다. 그러나 이의 선택과 적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EU와 미국등 다수 국가가 주장하는 「GENDER」는 남녀차별적인 「SEX」보다 대등한 남녀간의 관계를 내포하며 평등에 있어서도 모든 사회적인 동등함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한 이 용어는 수십년간의 여성운동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으며 현재 유엔의 공식용어이기도 하다. 반면 바티칸 교황청과 일부 가톨릭국가는 「SEX」를 주장했다. 남녀의 구분은 신이 하는 것이므로 거부할 수 없으며 「GENDER」는 그 의미가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영어이외의 다른 언어로는 번역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실제적인 이유는 「GENDER」를 쓸 경우 낙태및 피임등 여성의 생물학적 평등을 반대하는 자신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5일 주위원회에서 벌어졌던 「GENDER」, 「SEX」논쟁은 결국 대다수 국가들의 의견에 따라 「GENDER」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모든 여성관련 국제문서에서는 성을 표기할때 「GENDER」를 쓰게 된다.
◎환경여성운동/동반시대 활짝/「에코 페미니즘」 공감대 확산/환경단체 반핵 등 활발한 활동
베이징(북경)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의 결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과 환경은 뗄레야 뗄수없는 불가분의 관계.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고유의 특성은 모든 생물의 근원인 환경과 일맥상통하여 가사와 소비를 포함한 실생활에 있어서도 여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에코페미니즘(환경여성주의)이라는 새로운 이념까지 등장,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환경은 이번대회에 NGO포럼 12개 주제중 하나로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를 비롯해 필리핀의 「아시아여성과 원주민들(WOMAN & INDIGENOUS PEOPLE IN ASIA)」, 독일의 「녹색당」, 미국의 「플루토늄 없는 미래를 위한 여성 네트워크」,러시아의 「핵안전운동」, 일본의 「나가사키 핵피해 모임」등 각국에서 많은 환경단체의 여성회원들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크리스찬아카데미, 생태사회연구소, 환경사회정책연구소, 경실련의 환경개발센터, 서울YWCA등이 참가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은 별도의 부스를 설치하고 지난 1일에는「아시아에서의 여성과 환경운동」이라는 주제로 국제워크숍을 갖는 등 두드러진 활동을 벌였다.
이번 NGO포럼에서 보여진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의 결합점은 크게 두가지다.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반핵운동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과 환경이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3일 NGO포럼장에서 반핵시위를 벌인데 이어 5일에는 「여성, 건강과 환경」이라는 주제의 워크숍을 여는등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아시아,아프리카국가들은 무리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의 방지와 재활용, 녹색소비운동과 같은 환경보존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선진국의 과소비로 인한 저개발 국가의 환경파괴에 주목, 이를 방지하기위한 네트워크를 결성하려는등 보다 구체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각국의 환경운동단체들은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GO(정부기구)행동강령에 환경문제에대한 보다 확실한 언급을 포함시키기위해 로비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지영씨는 『이번 NGO포럼은 세계여성들의 환경보존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어느때보다 두드러졌다』며 『이를 계기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과의 결합이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화이러우(회유)=김지영 기자>화이러우(회유)=김지영>
◎행사장 이모저모/「남·북한여성의 만남」 북측불참으로 무산/북대표,일의 종군위안부 보상방침 질타
○…6일 상오 본회의 기조연설을 한 윤기정 북한 수석대표는 하늘색 양장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비교적 힘있는 어조로 일본의 종군위안부보상 방침을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윤대표는 『북한은 이미 지난 46년 남녀평등원 법령을 제정하는등 김일성·김정일동지의 영도아래 여성문제가 잘 해결된 국가』라고 전제한 뒤 일본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부분에 연설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북한대표단의 일원으로 본회의에 참가한 리홍식 외교부 부국장은 윤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일본은 더이상 종군위안부 보상문제를 끌어서는 안되며 정부차원의 진실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 부국장은 또 『북한은 이미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는 각종 법령과 제도를 완비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공동대표 윤순녀 김순영 이문우) 등 3개 민간단체 공동 주최로 6일 상오 NGO포럼장내 M43빌딩에서 열린 「남한과 북조선 여성의 만남」행사는 북한측 불참으로 무산.
하지만 북한의 불참에도 여신학자협의회측은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일본 홍콩 독일 미국등 NGO대표 2백여명을 상대로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역설. 윤순녀 공동대표는 『북한에 몇차례 참석을 제의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군위안부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온 레이니 주한 미대사부인이 이날 「남한과 북조선여성의 만남」행사에 하얀 모시적삼을 입고 참석해 눈길.<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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