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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에 찢긴 마을 “한숨짓는 한가위”/충남예산 무한천변 탄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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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에 찢긴 마을 “한숨짓는 한가위”/충남예산 무한천변 탄중마을

입력
1995.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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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할순 없지” 멍석합동제 준비【예산=최정복 기자】 87가구 3백50여명 주민이 수박과 배추 하우스로 생계를 일궈온 충남 예산군 신암면 무한천변 탄중마을. 이들에게 올 한가위는 명절이 아니라 차라리 「고통」처럼 다가오고 있다. 중부지방을 휩쓸고 간 집중호우의 생채기를 채 추스리기도 전에 찾아온 추석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집중호우 10여일만인 6일 둘러본 마을 풍경은 마치 어디부터 삽을 대야 모를만큼 쑥대밭이 된 폭격 후의 폐허같았다.

마을의 전가옥이 2높이까지 물에 잠겼고 절반인 40여채가 부서졌다. 생업의 터전인 비닐하우스는 14만평 가운데 8만여평이 전파됐다. 벼농사는 보일러 기름등이 역류하면서 오염돼 수확을 모조리 포기할 지경이다. 신암국민학교 수용소 생활을 끝내고 서둘러 돌아온 내집은 악취와 벌레로 선뜻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 마을 김용우(65)씨 가족은 세살배기 손자등 여섯식구가 돼지우리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구호품으로 건네받은 스티로폴과 모포에 의지해 허물어진 집에서 모로 누워 잠을 청해보지만 휘영청 달밤은 한숨만 더욱 깊게해준다.

명절전야의 풍성한 분위기는 당연히 있을리 없다. 흙벽이 허물어져 벽에 구멍이 술술 뚫리고 구들장이 드러난 집에서 차례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다.

여지껏 변변한 복구지원대책을 내놓키는 커녕 피해조사조차 나오지 않는 행정당국의 무성의는 수재민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그래도 남아있는 주민들은 추석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음식은 고사하고 밥상조차 없지만 조상께 죄스러움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멍석합동제」를 준비하고 있다. 마을회관 앞마당에 멍석을 깔고서라도 조상께 예를 올리자는 것이다.

주민 김현철(35)씨는 『형편같아서는 추석을 아예 잊어버리고 싶지만 조상께 대한 불효는 더욱 큰 슬픔으로 남을 것』이라며 『명절을 계기로 온 이웃이 더욱 끈끈하게 뭉쳐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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