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대신 여행권·저녁예식등 개성파 늘어「석양속의 결혼식, 피로연 대신 신랑신부 이름찍힌 우산, 예물선물은 해외여행권, PC는 살림장만에 필수품, 결혼식장면은 CD롬으로 남긴다」
실용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허례허식으로 가득찬 예식문화가 마음에 들 리 없다. 도시의 야무진 신세대 신랑신부들이 알뜰살뜰 실속결혼식을 찾아나서 결혼풍속을 바꾸고 있다.
느지막이 석양무렵의 결혼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신세대커플이 편리함을 추구한 결과. 예식장이 북적대는 점심시간 무렵을 피해 저녁에 결혼식을 올리면 교통혼란과 주차난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서울 H예식장 관계자는 『하오6시께에 예식을 잡으려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으며 실제 매달 10여건의 예식이 저녁시간대에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피로연 대신 하객들에게 신랑신부의 이름이 찍힌 우산, 뷔페접시, 머그잔세트등 실용품을 답례로 증정하는 일도 늘고 있다. 피로연은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메뉴가 안 좋거나 불청객이 끼어들기라도 하면 자칫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 하객 1인당 1만∼1만5천원 정도로 마련할 수 있는 답례선물은 하객들이 실용적으로 쓸 수 있어 반길 뿐 아니라 두고두고 보관할 수 있어 기념품으로도 한몫을 한다는 것.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에게 해외여행권을 선물하는 것도 인기상승중이다. 한복 예단등 형식적인 예물들을 장롱 속에서 썩이느니 해외에서 알차게 즐기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여행사측에서도 혼수용 해외여행 쿠퐁을 정식상품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진영(25·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결혼준비를 하다보니 이것저것 하라는 것이 많아 돈도 많이 들고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더라』며 『아예 내맘에 들게 실용적으로 결혼과 신혼살림을 「기획」해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대의 실용적인 「결혼신풍속」은 기성세대들에게는 결혼식의 「핵심」이 빠진듯 허전하게 느껴진다. 주부 김모(50·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씨는 『결혼식의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떠들썩하고 푸짐한 점심 피로연이 아니겠느냐』며 못내 아쉬워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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