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세계의 비난 여론을 무시한 채 끝내 남태평양 무루로아섬에서 핵실험을 강행하자 예상대로 각국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여론은 프랑스 안에서도 안좋아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1면에는 핵폭발로 얼굴에 화상을 입은 흉측한 몰골의 자크 시라크대통령 풍자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나라 안팎에서 집중적인 화살을 맞으면서도 핵실험을 강행한 시라크대통령의 고집은 프랑스의 오만으로 비춰지고 있다. 프랑스의 주장대로 이 실험이 안전한 것이라면 프랑스 안에서 하지 왜 멀리 떨어진 남태평양까지 와서 남의 나라 코 앞에서 하느냐는 비난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시라크대통령은 『무루로아는 프랑스령이므로 거기도 우리 땅』이라고 대꾸, 고압적이고 식민주의적인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프랑스 지도층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핵실험이 실시된 무루로아 주변 섬들과 호주 뉴질랜드등 인접국들은 프랑스의 핵실험 강행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 함께 5대 핵강국을 이루는 영국 러시아 중국 미국의 반응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중국은 침묵했고 나머지 나라는 외교적 언사로 유감을 표시하는데 그쳐 그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들은 들끓는 여론의 한복판에서 슬쩍 비켜선 채 이 틈을 타 프랑스의 핵능력을 견제하는 어부지리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조차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없이 많은 핵실험을 한 이들 나라가 프랑스를 비난하기란 누워서 침뱉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오만과 이를 적당히 묵인하는 다른 핵강국들의 계산의 틈바구니에서 「핵의 공포로부터 해방된 세상에 살고 싶다」는 환경론자들과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의 외침은 불행하게도 비현실적인 이상론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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