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지상낙원이 잿빛 「공포의 섬」으로프랑스 핵실험 장소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남태평양의 무루로아섬과 팡가타우파섬은 60년대부터 프랑스가 전용 핵실험장으로 사용하다시피해온 작은 산호섬들이다. 지난 63년 당시 샤를 드골 대통령이 알제리 정부의 거부로 더 이상 사하라 사막에서 핵실험을 할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택한 것이 바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군도의 이들 환초이다.
프랑스는 지난 66년 7월 첫 핵실험을 시작으로 이제까지 무루로아섬에서 1백75회, 팡가타우파섬에서 12회의 핵실험을 각각 실시했다.
프랑스가 무루로아등지의 남태평양에서 핵실험을 하는 이유는 비교적 주변지역의 인구밀도가 낮고 본토에서 지하핵 실험을 하는 것과 비교해 충격파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식민지 경시태도가 깔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프랑스는 지난 1842년 타히티를 보호령으로 만든 것을 시작으로 주변 아크데온 , 투부아이, 갬비아제도등 남태평양에 산재한 여러 섬등을 차례로 식민 통치해왔다.
프랑스 정부는 핵실험에 따른 환경 피해는 전무할 것이라고 단언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얘기는 다르다. 지난 30년간 이 지역에서 계속된 핵실험으로 암과 각종 장애 환자가 크게 늘어났으며 생태계의 파괴로 농·어업에 기반을 둔 주민들의 생활방식도 급격히 붕괴되고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무루로아 인근해역에서는 첫 실험 이듬해부터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와 「라 콩타민」이라는 류머티스 질환의 발생이 보고됐다. 때문에 무루로아 인근 타히티의 거주민들은 이번 핵실험 재개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며 차제에 프랑스로부터 독립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남태평양을 핵실험장으로 「유린」하기는 미국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경우 자국령인 크리스마스섬에서, 미국은 과거 마셜제도의 비키니섬에서 핵실험을 실시했다. 환경적 고려가 없이 이루어진 초기의 대기중 핵실험은 원시의 자연이 숨쉬어온 남태평양의 지상낙원을 죽음의 재가 뒤덮인 「공포의 섬」으로 변화시켰다는 지적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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