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특허 분쟁조정 해결사 역할/공무원서 출발 변호사서 판사로/민족뿌리 못잊어 한국이름 고수미국 연방 상무부 산하 특허및 상표국 소청심사위 행정심판관 박충기(36)판사는 그의 직함만큼이나 복잡한 일을 한다. 그는 특허심사과정에 불복해 항소한 사건을 재심리하고 특허권을 둘러싼 발명가간의 분쟁을 중재하고 해결한다. 과학적 지식이 없으면 도무지 해낼 수 없는 특허전문 법조인이 된 것은 대학교때 화공학을 전공한 것이 인연이다.
서울 한남국교를 졸업하던 지난 71년 철도 들기전에 낯선 미국땅을 밟은 그는 부모가 힘든 막일을 해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에 눈뜨게 됐다. 식품점에서 봉투에 물건을 넣어주거나 닭공장에서 털뽑는 일 따위로 미국생활을 시작한 부모를 기쁘게 해주는 것은 공부를 잘하는 것 뿐이었다. 졸업후 취직이 잘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화공과를 선택한 것도 부모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는 대학졸업후 앨라배마에서 워싱턴DC로 이주해 상무부 산하 특허청에서 특허심사관으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다. 또 직장을 다니면서 워싱턴 가톨릭대 로스쿨(법과대학원)에도 진학했다.
그의 재능은 로스쿨에서 비로소 빛을 발했다고 할수 있다. 88년 전국대학간 법학경연(밀러컵)대회에서 그는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에는 유명 미 법과대학원생 명부에도 올랐다. 로스쿨졸업후 코네티컷주에 소재한 프락스 에어사(인도 보팔참사로 유명한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전신)로 옮겨 특허담당 변호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10월 지금의 자리에 임명됐다.
그는 대부분의 1.5세나 2세들과 달리 미국 이름이 없다. 남들은 이런저런 미국이름을 권유했지만 무두 마다했다. 이름을 바꾸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허물어져 버릴 것 같아서였다. 이름 때문에 불편한게 한두가지 아니지만 지금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미국이 지적재산권 침해사례 시정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한국의 경우 지재권침해를 피하는 것만큼 특허출원이나 상표등록과정에서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정보부족으로 이미 출원돼 있거나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중복등록하는 일이 많으므로 연구개발에만 몰두할게 아니라 기존의 업적을 최대한 이용하고 최신 발명정보도 신속히 활용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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