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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 책임제/“상품 한번 만들면 끝까지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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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 책임제/“상품 한번 만들면 끝까지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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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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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비자주권 “활짝”/연간 9만∼10만건 손배소·배상금액도 평균 19억원/징벌적 배상으로 일벌백계 “사회적 낭비” 지적도「제품을 사용하다 사고를 당하셨습니까? 911(응급구조 전화번호)에 전화하기 전에 먼저 저희에게 연락하세요. 배상 못받으면 수임료 안받습니다」

미국 전화번호부에서는 손해배상 전문변호사들의 이러한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상품의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피해에 대해 제조회사에 책임을 묻는 「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제도가 그만큼 철저하게 정착돼 있다. 재정경제원이 내년 입법계획을 밝힌바 있어 국내에도 멀지않아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제조물책임제도에 대해 알아본다.

뉴멕시코 앨버커키시에 살고 있는 79세된 노파는 「맥도널드」가게에서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산뒤 차에 앉아 컵뚜껑을 벗기다가 커피를 다리부분에 쏟아 3도화상을 입었다. 흔히들 자신의 부주의가 빚어낸 사고로 돌려버리기 쉬운 일이었지만 이 노파는 맥도널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맥도널드사가 다른 가게 커피보다 온도가 5∼10도 높은 상태로 커피를 팔아 이같은 사고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주법원 배심원들은 맥도널드사에게 원고에 대한 배상금으로 20만달러, 이와 별개로 「징벌적 손해배상금(PUNITIVE DAMAGE)」 2백70만달러를 지불하도록 평결을 내렸다. 원고의 과실도 20%정도 있다고 인정한 판사에 의해 총배상금이 64만달러로 깎이긴 했지만 이 사건은 제조회사에 대해 「엄격한 책임의 원칙」을 적용, 제조회사가 제품의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점점 더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추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연방법원에 제기된 제조물책임관련 손해배상소송은 75년 2천3백93건, 83년 8천26건에서 93년에는 1만8천9백59건으로 늘었다. 아이오와대 법대 마이클 삭스교수는 『대부분의 손해배상소송이 주법원에 제기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소송건수는 연간 대략 9만∼10만건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배상금액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배심평결연구소(JURY VERDICT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제조물책임 관련 손해배상소송당 평균 배상금액은 2백37만7천달러(한화 약19억원)에 달한다. 이는 5년전인 89년의 1백6만3천달러에 비해 2.2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제조물책임 손해배상소송이 크게 늘고 있는데 대해 배심평결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라이언 쉥커씨는 『경기기 회복된 것과 무관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변하는 집단소송(클래스액션)이 활발히 이뤄지는등 소비자운동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언론매체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배심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제조업체의 책임한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추세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손해배상」과 더불어 제작사에 부과되고 있는 「징벌적배상」개념은 소비자보호와 더불어 기업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일벌백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오리건주법원은 레저용 전지형(전지형) 삼륜차(ATV)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얼굴과 머리에 중상을 입은 한 남자에게 제작사인 혼다자동차로 하여금 91만9천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고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비자에게 경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백만달러의 징벌배상금을 혼다사에 부과했다.

수년전 펩시콜라 캔속에 주사바늘이 들어 있었다는 거짓주장으로 소송을 제기한 예에서 보듯 제조물책임제도를 악용, 물의를 일으키고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클라호마시티 청사폭파에 사용된 폭탄을 만드는데 비료가 들어갔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비료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도 제조물 책임제도를 남용한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89년 55%이던 원고승소율이 94년에는 44%로 떨어진 것은 이같은 무리한 소송이 늘어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듀크대 마이클 무어박사는 『화학약품 고무 도자기 기계 금속제품등 광범위한 제조업분야에서 소송비용이 원가상승을 일으키고 있으며 연구개발 재원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의회장악후 이같은 부작용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제조물책임관련 보상액수를 제한하는 법안이 연방의회에 계류중이며 앨라스카를 비롯, 배상금액이나 징벌배상금액에 한도를 설정한 주도 늘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소송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제품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시민정의연구소의 스티븐 가버씨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소송으로 떼돈을 벌 기회보다는 잘못된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기를 원한다』며 『기업들은 제품디자인에서부터 설계대로 제작이 되고 있는지 여부, 판매사원들의 교육정도, 사용설명서의 정확도등 제품안전에 관한 모든 문제를 전담할 특별팀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권고했다.<뉴욕=김준형 특파원>

◎제조물책임제란…/상품 결함따른 소비자피해/제조회사서 책임지는 제도

각종 제품을 구입, 사용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 신체 재산및 기타 권리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상품의 생산 유통 판매등 일련의 과정에 참여한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는 제도이다. 이는 제조업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지움으로써 소비자를 적극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선진국에서는 50년대 후반부터 법제화됐다.

◎인터뷰/미 배심평결연 브라이언 쉥커 선임연구원/제조물사고 문의 쇄도 “사회적 관심”/생산자에 대한 채찍질로 서로 이득

펜실베이니아주 호스햄에 있는 「배심평결연구소(JURY VERDICT RESEARCH)」는 59년 설립된 이래 각종 개인상해관련 소송판례를 수집, 분석해 이를 자료로 펴내오고 있다. 이 분야에서 전국적인 규모로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제조물책임분야 연구를 맡고 있는 브라이언 쉥커 선임연구원은 『몇년전만 하더라도 언론사로부터 자료요청을 받는 일이 한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했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스무통가량씩 쏟아지는 전화를 받으며 제조물책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쉥커씨는 배심평결연구소가 개발한 「소송평가 소프트웨어」를 작동시켜 보이며 『사회가 발전할수록 제조물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것은 당연한 추세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참고할만한 객관적인 기준과 자료가 사회에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사는 40대남자가 잔디깎는 기계를 조작하다가 발을 다쳤다」는 상황을 가정, 부상자의 직업, 부상부위및 정도, 치료비등 세부자료를 입력시키자 「평결예상배상금액:57만5천9백39달러」라는 결과가 출력됐다. 미국전역의 제조물책임관련 법조항과 판례등 자료가 입력돼 있기 때문에 상황을 대입만 시키면 당사자들이 소송결과를 어는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방법이 완벽하게 적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합의점을 미리 찾아 시간적 경제적 낭비를 예방하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물책임제도가 미국사회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쉥커씨는 8년전 타이레놀약에 독극물이 주입돼 복용자가 사망해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타이레놀 제조회사는 자발적으로 안전뚜껑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며 제조물책임제는 소비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회사도 신뢰받는 제품을 생산해 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채찍질이 된다고 강조했다.<필라델피아=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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