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습관이나 취미가 원인이 되어 마침내 죽음에까지 이르는 수가 적지않다. 20세기 초의 세계적 무용수 이저도라 덩컨은 스카프를 아주 좋아했다. 그날도 덩컨은 붉은 비단 스카프를 목에 멋지게 두르고는 그 끝자락을 등뒤로 나부끼며 스포츠카에 올라탔다. 그러나 그 스카프의 한쪽 끝이 차 밖으로 흘러나가 뒷바퀴에 깔린 줄은 아무도 몰랐다.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명배우 제임스 딘에게는 경주용 자동차 운전을 즐기는 취미가 있었다. 대작 「자이언트」의 촬영을 막 끝낸 그는 새로 구입한 회색 포르셰 스포츠카를 몰고 저녁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로스앤젤레스 근교 고속도로를 시속 2백로 달리고 있었다. ◆제임스 딘은 맞은 편에서 오던 차 한대가 교차로에 접근하면서 속력을 줄이는 모습을 보았다. 『저 친구 차를 세우려는 것 같지』라고 그는 옆자리에 타고 있던 스턴트맨에게 물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그의 회색 포르셰는 저녁 어스름 때문에 상대방에게 잘 보이지 않았다. 꼭 40년전인 55년9월, 그의 나이 24세였다. ◆할리우드의 인기 여배우에서 모나코 왕비로 변신한 현실세계의 신데렐라 그레이스 켈리도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왕실가족은 여름휴가를 끝내고 왕궁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레이스왕비는 옆에 스테파니 공주를 태우고 세단형 승용차를 몰아 험한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목격자들은 왕비의 차가 급커브길을 돌다가 산비탈을 들이받고는 중앙선을 넘어 낭떠러지 아래로 굴렀다고 말했다. ◆추석이 며칠 앞이다. 새로 구입한 차에 가족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려가 성묘도 하고 고향의 부모와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일손이 안잡힐 때다. 그러나 그 들뜬 마음이 목숨을 빼앗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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