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 「치욕의 역사」 되새기기/손태규 정치2부 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 「치욕의 역사」 되새기기/손태규 정치2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9.05 00:00
0 0

미국 하와이에는 50년전의 흥분과 감동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이른바 V―J데이(일본에 승리를 거둔 날). 1945년 9월2일 미주리함상에서 일본이 항복문서에 서명한 날을 기점삼아 2차대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가 하와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행사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내외와 1만여명의 참전용사등이 참가했다.행사의 하이라이트는 2일(한국시간 3일) 진주만에 정박한 세계최대의 항공모함 칼 빈슨에서 거행된 헌화식. 클린턴 대통령등은 칼 빈슨함상에서 5백여 떨어진 「아리조나호 기념관」을 바라보며 꽃다발을 바다에 던진 뒤 묵념을 올렸다. 전쟁을 겪지못한 유일한 미대통령인 클린턴의 손을 떠난 꽃다발은 모두 과거를 결코 잊지 않으려는 미국인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의 공습으로 침몰한 전함 아리조나는 1천1백2구의 시체와 함께 50여년간 그대로 바다에 묻혀있다. 미국인들에게는 승전의 기쁨에 앞서 공습의 치욕을 일깨워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그들은 축제의 바다 한가운데 가라앉아있는 뼈아픈 기억의 현장에 추도의 꽃다발을 보낸 것이다.

이 꽃다발은 이미 4년전부터 준비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91년 12월7일 진주만공습 50주년을 맞아 하와이에서 이번 V―J데이에 버금가는 행사를 치렀다. 그들은 이 때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바다속에 처박아 넣었던 진주만공습을 고스란히 되살리며 누가 승전국인지도 모르게 된 세월을 한탄하면서 반성했다. 『진주만을 기억하라』―지금의 승전행사는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우리도 올해 광복5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했다. 그러나 일본에 합병된 국치일50주년, 60주년 행사를 기억에 남게 치른 적이 있는가. 광복의 환희를 토하기 앞서 국치의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호놀룰루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