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너무 이르다. 가을곡식도 과일도 익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성급하게 추석명절이 닥쳐왔다. 이번 추석은 가을이라기보다는 아직도 낮매미소리 요란한 여름의 끝자락에 붙었다. 수해가 휩쓴 지역에서는 이제 겨우 출수되거나 유숙기에 든 벼가 상처난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못하고 시름을 앓고 있는 시절이다.추석은 가을의 한가운데라고 해서 중추요, 가을의 한창때 명절이라고 해서 중추절이라고 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때다. 추석에는 익은 햇곡으로 떡을 만들고 술을 빚고 풍성한 오색 과일을 거둬 차례상에 올린다. 그래서 추석은 민족최대의 명절이자 성숙과 결실의 상징이기도 하다.
역서에서 지난 30년간의 기록을 보면 음력 8월15일인 추석은 9월하순∼10월초순사이에 열일곱번이 있었고 9월중순에 열한번 있었다. 올 추석(9월9일)은 9월초순의 한자릿수 날짜로는 지난 76년 추석(9월8일)에 이어 19년만에 찾아온 빠른 추석이다. 윤8월이 들어있는 것도 76년이후 19년만이다.
너무 일찍 온 금년 추석은 아무래도 어설프다. 더운 추석이고 설익은 추석이다.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어서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될 기세다. 교통당국의 예측으로는 지난해보다도 많은 2천7백만명이 고향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고난의 귀성전쟁이 또 시작되는 것이다.
이 판에 어느 역학자의 제언이 솔깃하게 들린다. 금년엔 윤8월이 있으니 또다른 8월 보름때쯤을 제2의 추석으로 생각해 귀성의 발길을 나누어 보자는 얘기다. 귀성전쟁에 한꺼번에 휩쓸려들어 생고생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윤8월 보름때를 추석명절 삼아 여유있게 고향을 찾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다.
윤8월 15일은 한글날인 10월9일로 주말과 이어진다. 전통적 추석의 분위기와 계절의 감각으로 친다면 오히려 그 무렵이 더 추석의 정서에 맞다. 고향땅 조상님네들도 넉넉한 그때를 더 반길지도 모르겠다.
요즘 세간에서는 윤달을 「썩은달」이라며 결혼, 이사등 집안행사를 피한다고 한다. 실상 원래의 풍속은 윤달을 귀한 덤으로 생긴 「공달」이라고 해서 재액이나 부작용이 없는 달로 생각해 중요 집안행사를 윤달에 했다. 그러니 올 윤8월을 버리지말고 고향도 찾고 중추절의 뜻을 나누는 결실의 계절로 생각해 선용해봄이 어떨까. <전국 부장>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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