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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재(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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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재(장명수 칼럼)

입력
1995.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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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재가 매우 심하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북한이 피해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리고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극히 이례적으로 유엔에 긴급구호를 요청하면서 피해상황을 보고했는데, 보고서에 의하면 피해총액이 국민총생산의 4분의 3에 달하는 1백50억달러, 이재민은 인구의 4분의 1인 5백20만명이나 된다.지난 7월중순부터 8월말까지 북한에는 큰 비가 내려 자강도와 평북 일대에는 1천∼1천3백㎜의 폭우가 쏟아 졌고, 압록강 하류와 청천강이 범람하여 피해가 막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로 주택 치산치수등이 허약하고, 식량등 물자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재까지 입은 북한 사정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그러나 북한이 밝힌 수해규모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재민 숫자는 수재를 입은 12개 시·도 1백45개군의 인구를 집계한 숫자일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한데, 북한 보고서에는 『5백20만명이 폭우로 영향을 입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피해총액도 수재지구에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모든 재산의 집계일 가능성이 높다. 1백50억달러(우리돈으로 11조7천억원)라는 액수는 94년 북한의 추정 GNP 2백12억달러, 무역총액 21억6천만달러, 국방비 56억6천만달러와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액수다.

현재 유엔의 인도적지원국(DHA)대표들이 북한에 가서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므로 곧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북한이 이처럼 수해를 부풀린 것은 되도록 많은 지원금을 받아내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몹시 자존심이 상하겠으나, 그동안 북한이 국제사회에 심어온 인상과 평가가 그정도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수재 부풀리기」에서 한가지 희망을 발견한다면 북한이 이제 공개적으로 국제사회에 원조를 요청하게 되고, 되도록 더 많은 원조를 얻어내기 위해 머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굶어 죽어도 주체경제라는 고집으로 문을 걸어 잠그는 것보다는 다행스런 변화다. 아무리 공산주의의 속성을 못버린다 해도 곤경에 처했을때 이웃의 도움을 거듭 받아들이다 보면 차츰 함께사는 사회의 양식을 배우게 될것이다.

북한은 수해뿐 아니라 호열자가 번져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인데, 우리는 그들에게 당연히 약품이라도 보내야 한다. 단지 정부는 「쌀주고 뺨맞았던」 실패를 거울삼아 우리의 동포애와 자존심을 함께 살리는 좀더 성숙한 협상능력을 보여야 한다. 구호품을 보내되 받는측의 예절바른 자세를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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