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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 풍자극 잇달아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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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 풍자극 잇달아 무대에

입력
1995.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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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건국·군부 정권획득 맞물려 연출­「구데TA」/수로부인설화 정치적 대결로 풀어내­「사상최대 패션쇼」/단종의 죽음서 자유에 대한 갈망암시­「영월행 일기」과거의 역사를 빗대 정치와 권력을 풍자하는 연극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려진다. 조선건국과 60년대 이후 군부의 정권획득을 맞물려 보여줌으로써 권력의 속성을 다룬 「구데TA」(6∼11일 문예회관대극장), 수로부인설화를 정치적 대결로 풀어낸 「사상최대의 패션쇼」(21∼27일 문예회관대극장), 단종의 죽음에서 자유에 대한 갈망을 암시하는 「영월행 일기」(10월3∼15일 문예회관소극장)등은 단순히 역사적 소재를 차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반성하는 연극들이다.

이 작품들은 지난해부터 올해초 사이 공연된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일기)」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불지른 남자」등 80년대 운동권을 다룬 작품들과는 또 다르게 좀 더 긴 기간에 걸쳐 반복되며 본질적으로는 변함이 없는 권력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과거―현재의 교차는 극중극 형식으로 담는다.

가장 본격적인 정치풍자극은 박준용 작 「구데TA」(극단 민중). 「이성계의 부동산」 「마라/사드」의 구도와 「로미오와 줄리엣」 「헨리Ⅴ」 「리어왕」등 숱한 고전의 대사를 짜깁기한 혼성모방작이다.

전·현직 대통령들을 빗대는 풍부한 패러디를 젊은 연출가 최용훈이 톡톡 튀는 감각으로 구성했다. 위화도회군이 진행되는 동안 이성계에 대한 평가가 뉴스앵커의 「반란」에서 기상통보관의 「산발적 소나기」로, 경기중계 아나운서의 「파죽지세 남진」으로, 북한방송 아나운서의 「구국의 영웅」으로 변모를 거듭하는 식이다.

극단 뿌리의 「…패션쇼」는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의 원작소설 「새떼」, 소설 「그림없는 그림책」 「내 영혼의 우물」등의 작가로 알려진 최인석이 오랜만에 내놓은 희곡. 79년 데뷔한 유망 극작가였던 그는 86년 공륜심의에서 작품이 통과되지 않자 소설문학사의 1천만원 고료 장편공모에 응해 당선, 소설가로 전환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출가로 데뷔하는 그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한 하나의 표현을 골라야 하는 그 현기증나는 선택을 이제 내가 직접 내 방법대로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극의 시작은 연극을 준비하는 상황. 그 연극의 배경이 감옥이며 감옥에서 죄수들은 나이트쇼를 벌이고 쇼 안에 수로부인설화가 등장한다. 현실에서 무대를 때려부수던 깡패 지네가 극 안으로 한겹한겹 들어가 수로부인이 부르짖는 인간적인 세상에 공감하는 인물로 변하면서 과거와 현재, 극의 안팎이 중첩된다.

채윤일 연출의 「영월행 일기」(극단 쎄실)에서는 작가 이강백이 우화형식에서 벗어나 서정성을 한껏 발휘했다.

신숙주의 남종과 한명회의 여종이 세조의 명을 받들어 단종의 표정을 살피러 가는 세번의 영월기행을 고서적연구가 조당전(김학철 분)과 「높으신 분」의 여자 김시향(이화영 분)이 재연한다. 조당전/김시향은 자유주의자/보신주의자로 대비된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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