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유출수해겹치며 “자연유산”/“의미없을바엔 안하는게 득” 판단 김영삼 대통령은 마침내 개각을 하지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치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실기했다는 말이 맞다. 자연히 개각은 여권 전체의 본격적인 총선체제를 갖추게 되는 연말께로 늦춰질 것같다. 이로써 지난 7월하순 방미에 앞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이후 1개월반동안 개각설로 들떠있던 정·관가가 일단 안정을 되찾게 됐다.
물론 그동안 김대통령이 개각을 공식적으로 언급한바는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통령이 당을 바꾼다고 했지 언제 개각을 한다고 했느냐』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해명하는 청와대 관계자들도 그동안 『소폭이나마 개각을 하지않겠나』라고 말해왔던 것처럼 김대통령이 개각을 생각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집권후반기를 맞아 당과 내각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또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가운데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인사들을 풀어주어야했기때문이다.
당초에는 김대통령의 임기후반기를 맞는 지난 25일을 앞두고 5∼6명의 각료와 1∼2명의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교체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예기치않았던 한국은행지폐유출사건이 터지면서 첫번째 개각의 시기를 놓치게 됐다. 내년 총선에서 충북 청주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홍재형 경제부총리때문이다. 이 시기에 홍부총리를 경질하면 마치 지폐유출사건의 책임을 지운 것처럼 비쳐져 홍부총리의 총선출마에 걸림돌이 될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때문에 25일을 넘겼으나 이번에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수해가 찾아왔다. 의원겸직장관인 김용태 내무장관과 지구당위원장인 최인기 농림수산장관은 경질대상에 오르내렸으나 재해대책과 농촌의 피해복구를 책임지고 있어 바꿀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개각은 자연히 각료 2∼3명을 대상으로 하는 소폭설로 기울게 되면서 개각에 따른 정치적 의미가 크게 감소할수밖에 없게 됐다.
일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 주변에서는 개각무용론이 제기됐다.
기왕에 개각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꾀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은 마당에 구태여 8개월만에 또다시 개각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29일 청와대 국무회의석상에서도 김대통령은 개각문제에 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않을 정도로 마지막까지 상당히 고심한 끝에 개각을 하지않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개각을 하겠다는 언급을 한번도 하지않았기때문에 김대통령으로서는 아무런 말없이 그냥 지나갈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각설로 인해 정부 각 부처의 동요가 심하니 어떤 방식으로든 개각설에 대해 매듭을 지어줄 필요가 있다』는 건의가 청와대참모진 사이에 제기됐고 김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여 오는 4일 국무위원들과 조찬을 하기로 한 것이다.
6·27 지방선거이후 끈질기게 나돌았던 전면개각설은 결국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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