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의사결정구조 체질화 시급/독단·자의적 판단탈피 국민여론 수렴기능 강화해야/통일·정치개혁 원활한수행위한 조정·통찰력 겸비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이다. 통치권자의 권력은 헌법의 테두리라는 제한이 있다해도 우리 사회전반에 걸쳐 무한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광복 50년의 전환점을 돌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우리 통치자의 리더십을 되살펴보고 새로 전개될 반세기에 적합한 통치행태, 통치철학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90년대 후반, 나아가 2천년대에 우리가 짊어지게 될 정책적 과제들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과제는 각종 정치개혁이다. 이는 아직까지 이론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각종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실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공직후보및 당직경선등 정당내부의 민주화를 정착시키는게 중요하다. 이와함께 정치자금문화의 개선, 국회운영방식의 개혁, 국회의원의 자질향상, 관료사회의 개혁등도 필수적이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을 내실화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듯싶다. 또 성장위주의 경제정책기조를 분배위주로 원활히 이행, 악화하고 있는 빈부격차를 시정하고 지역간의 격차를 해소하는등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구현하는게 급선무로 제기될 수 있다. 정보화사회의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남북통일, 국제외교무대에서의 우리 위상확립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통일은 그 준비와 성취, 사후수습과정이 모두 험난한 「예고없는 대사건」으로 우리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를 원만하게, 통합적인 방향에서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은 향후 통치자의 구비요건중 우선순위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이런 과제들을 수행해 나갈 수 있기위한 통치자의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우선 통치자의 사고와 행태는 「열린 귀」를 갖고 토론과 상향식 의사결정구조를 형성하는 개방된 성격의 민주적인 형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와관련, 김호진(고대 정외과)교수는 자신의 「한국정치체제론」에서 이를 「민주지향성」이라고 표현하면서 「민주적 지도원리와 결정원리」가 그 요체라고 주장했다. 『국민을 「도구」가 아닌 실천적 주체로 인정하며, 정책결정과정은 독단과 자의성이 아닌 국민여론을 바탕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얘기다. 김교수는 여기에 개혁지향성과 결단성, 실천성, 도덕성을 추가했다.
안청시(서울대 정치학과)교수는 한국일보의 「대전환기 한국의 선택」발제를 통해 『민주화시대의 지도자는 가치의 다양성을 수용하며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집단간의 갈등을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능력면에서 차세대 통치자는 자신이 맡고있는 행정부를 능률적으로 지휘, 조정해 앞서 밝힌 각종 정책과제들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정력과 통찰력을 지녀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21세기 우리나라의 미래상에 대한 확고한 구상, 즉 「비전」을 갖고 나라를 이끌어야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현정부 출범초기 제기됐던 「집권프로그램」논란도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집권자는 자신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 국민을 설득하고 이를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하는게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같은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가려 뽑을 수 있는 국민의 정치의식고양이다. 다시말해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국민의 안목과 의식수준이 뒤따라줘야 한다. 이와함께 그에 부응하는 선거문화가 형성될 때 비로소 「참 지도자」도 탄생할 수 있다는 게 다시맞는 반세기의 정치과제의 요체라고 할 수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역대 대통령·총리 통치스타일/이승만 대통령가부장적 권위형/장 면 총리민주적 표류형/박정희 대통령교도적 기업가형/전두환 대통령저돌적 해결사형/노태우 대통령소극적 상황적응형/김영삼 대통령승부사적 성취형
광복 50년동안 우리나라를 이끈 통치자는 모두 6명이다. 이중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씨등 5명은 이미 「전임자」의 자리로 물러났고 김영삼대통령은 현직에 있다. 고대 김호진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최근 이들 전현직 국가지도자의 리더십 특성을 학문적으로 종합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교수는 우선 이전대통령의 리더십을 「가부장적 권위형」이라고 특징지었다.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기보다는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소수충복의 건의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국왕과 같은 위엄으로 아랫사람을 부리고 국민위에 군림하기를 즐겼다』는 이유에서이다. 김교수는 이전대통령이 『지도자의 권위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이어야하며 인의 장막에 갇히게 되면 정책실패와 민심이반을 초래하고 만다는 교훈을 줬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내각제 총리인 장전총리는 『4·19의 여세를 등에 업고 국정 총책을 맡게된 상황의 수혜자인 만큼 필연적으로 민주적이고 표현적인 특성을 띠게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결단력, 추진력이 부족해 위기관리와 문제해결능력이 빈약한 「민주적 표류형」』이라는 분석을 했다.
박전대통령은 「교도적 기업가형」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즘을 맹신하고 억압과 동원의 채찍을 휘둘렀던 한계와 오류를 지닌 지도자』라는 분석이다. 다만 『「하면 된다」는 신념에서 국민을 경제건설의 일터로 동원, 경제적 측면에서는 상당한 업적을 쌓았던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전전대통령은 「저돌적 해결사형」으로 표현했다. 전전대통령은 『10·26이후 힘의 공백기를 이용,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한 무법의 모험주의자』였다고 전제를 달고 있다. 그는 또 『뚜렷한 지도이념이나 통치철학이 없이 본능적인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무원칙한 지도자였으며 민중에 대해 억압적이고 배타적인 자세를 견지한 부도덕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노전대통령은 『과도기적 상황과 퇴임후 문제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지도력 행사에 결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항상 방어적 자세로 대처,「소극적 상황적응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고있다. 이에비해 김대통령은 『권력동기와 성취욕이 강하고 투지와 집념이 강한 「승부사적 성취형」』으로 정의하고 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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