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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경주를 살리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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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경주를 살리자(사설)

입력
1995.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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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부가 경부고속철도의 경주통과노선을 외곽으로 수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도심통과를 강행할 경우 본공사전에 이뤄져야할 매장문화재발굴작업의 허가를 유보할 뜻을 밝혔다. 문체부의 당연한 이번 조치가 그동안 개발파고에 밀려 모습이 많이 훼손된 고도 경주보존은 물론 문화재보존의 한 잣대가 되길 기대한다. 요즘 경주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고층 아파트다. 20년전까지만 해도 고분이 먼저 눈에 띄었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경주에 깃들여 있는 선사시대 고신라 통일신라등 2천년의 문화가 개발붐속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신라문화는 경주라는 지역의 자연환경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 자연환경을 떠난 신라문화는 생각할 수 없다. 지금 그 자연환경 파괴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도 부족해 이제는 경부고속철도의 도심통과와 경마장까지 건설하려는 한심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한국고고학회 한국미술사학회등 17개 역사 문화관련 학회가 지난 3월과 8월10일 이례적으로 고속철도통과철회와 경마장건설예정지 이전을 촉구했고 이번에 문체부가 고속철도도심통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경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2천년간의 문화가 보존돼 있는 곳이다. 유네스코가 아시아의 대표적 역사도시로서 연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자랑인 고도가 지금 우리들 손에 의해 그 개성을 빠른 속도로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학계는 현재와 같이 훼손이 계속되면 서울 6백년의 문화가 거의 사라졌듯이 신라 2천년의 문화도 소멸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고충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도는 당장의 이익과 편리함에 얽매여서는 그 모습을 간직할 수 없다. 지상 20의 고가철도가 김유신장군묘와 무열왕릉을 거쳐 남산을 끼고 빠져나가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경주는 지역의 후예들이 이에 대한 애착과 긍지를 갖고 보호하고 정부가 신경주건설등으로 이에 화답해야만 보존되고 빛을 발하게 된다.

 한번 훼손된 문화유적이나 문화재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다. 문화와 문화재는 어느 지역만의 것이 아닌 민족의 영원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경주의 고속철도통과와 경마장이전문제 해결의 바탕이 돼야한다.

 건설교통부는 이같은 인식에서 문체부의 요청과 학계의 건의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고속철도건설일정에 차질등이 오겠지만 국보1호인 남대문밑으로 지하철이 지나가게 한 무지를 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경마장건설 예정지를 이전하는 문제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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