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을 대표하는 권위지로 지칭되는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31일자에서 서울발칼럼 하나를 큼지막하게 다루었다. 「한국 언론이 주한미군의 범죄를 왜곡하고 있다」는 선정적인 제목의 이 칼럼은 한국언론에 크게 보도됐던 지난 5월19일 서울 한 지하철역에서의 미군병사 행패사건이 왜곡보도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의 사건은 역승강장에서 소란과 함께 한국여인을 희롱하던 미군병사들이 이에 항의하는 한 시민을 집단폭행했다는 것이다. 포스트지는 『그 여자는 미군병사의 부인이었으며 이를 설명했는 데도 한국인들이 도리어 여자의 따귀를 때리고 침을 뱉는 등 모욕해 미군병사가 폭행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국언론들이 이 여인이 미군병사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며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포스트지는 『이 사건 때문에 주한미군과 「미국이 돈을 들여가며 보호해주고있는 한국인들」사이가 나빠지고 있다』며 『최근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도가 20%포인트나 감소한 것은 왜곡된 언론보도와 반체제인사때문』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국관리의 말을 인용, 『한국의 지하철에서는 술에 취해 거의 걷지 못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구석에서 오줌을 누는 사람들을 밤만되면 언제라도 볼 수 있다』며 『이에 비하면 미국병사가 피운 소란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결론을 맺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이 칼럼을 보면 「지지도 20%포인트 감소」가 오히려 약과라는 생각마저 든다. 자신들이 아까운 돈을 들여가며 한국민을 보호해주고 있는 데도 미국인에게 그럴 수 있느냐는 일방적 인식, 주한미군이 지난해 저지른 범죄 8백건중 65%는 사소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오만, 한국인은 오줌도 누는 지하철에서 미국인이 소란 좀 피우면 어떠냐는 거만…. 이런 편견을 가진 미국인들이 실제로 지하철에서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한국인의 숫자만큼 극소수이길 바랄 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