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하나의 전쟁이야기를 떠올린다.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미해군 잠수함 한 척이 태평양의 한가운데서 정찰 임무를 띠고 항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 무렵 미해군 잠수함과 지척의 거리에 만반의 준비를 마친 일본해군의 구축함대와 전투기들이 미국 본토를 목표로 착착 진격하고 있었다. 미해군 잠수함이 일본함대를 발견했지만 그때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였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 같았다. 미 잠수함이 무사히 일본 함대의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것은 기적이 아니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그 반대였다. 미 잠수함은 일본군의 포위망을 뚫고 미 본토로 돌아갔고 일본군은 전력이 뒤진 미 함정과 전투기의 기습 공격을 받고 패배했다.
어떻게 미 잠수함은 철통같은 일본군의 포위망을 뚫을 수 있었으며 전력이 뒤진 미군이 엄격한 명령체계와 정신력을 갖춘 일본군을 이길 수 있었을까. 필자는 이렇게 생각해 본다. 2차대전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대결이었다고. 당시 일본은 함장의 명령에 대해 어떤 개인적인 의견이나 이의도 제기할 수 없는 집단이었었다. 반면 미국은 함장의 어뢰발사 명령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부함장에서 일개 발사병까지 어뢰발사명령이나 전쟁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이나 의견개진이 허용됐던 유연한 집단이었다. 미국이 전쟁의 승자가 된 것은 당연하다.
전 세계를 고통스럽게 했던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또 보이지 않는 전쟁은 너무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전쟁이 단순한 자존심의 전쟁으로 왜곡되지 말기를 진정으로 바랄 뿐이다.
필자는 광화문거리의 풍경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일제강점기 집단주의의 탈을 쓰고 횡행했던 한 개인의 무시무시한 욕망을 상상했고 그 욕망에 의해 여지없이 파괴되었던 약소국과 그 약소국에 사는 7천만의 아주 작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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