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관행 유사… 자율·개방따른 대책세워야/감독강화·실적경쟁 자제·중소기관 협조 필요/국내경제 큰영향없지만 엔저가속땐 수출적신호일본 최대 신용조합인 오사카(대판)의 기즈(목진)신용조합과 제2지방은행중 최대규모인 효고(병고)은행이 30일 잇달아 파산하는등 최근 일본의 금융산업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90년대 들어 인수―합병으로 일본 금융기관들이 문을 닫은 사례는 많았지만, 파산으로 간판을 내린 적은 없어 이번 사태는 일본 안팎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경우는 다르지만, 때마침 미국에서도 케미컬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의 합병이 발표되었다.
이같은 사례들은 최근 몇년간 진행돼온 세계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이들 모두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물론 거품경제의 후유증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맡겨 두었다면 벌써 터졌을 일을 정부의 개입으로 버텨오다가 결국 파산선고에까지 이른 셈이다. 미국은 이미 80년대 저축대부기관(S&L)들의 무더기 도산을 겪었다.
국내 금융전문가들은 이같은 세계 금융산업의 변화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와 금융제도, 금융관행, 관치금융의 잔재 등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시사하는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일본 금융기관의 연쇄 파산이 국내경제에 당장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일본경제의 회복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최근의 엔화약세(엔저) 기조가 심화되거나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엔화가 달러당 99엔대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엔저의 지속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의 대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일본이 경제회복을 위해 엔저를 유지하려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외개방의 폭을 확대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우리 상품의 일본시장 진출여건이 그만큼 호전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시사점=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처럼 거품경제의 후유증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금융의 자율화와 개방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일본이나 미국처럼 금융기관의 도산이 큰 문제가 될 것으로 금융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일본과 마찬가지로 금융기관의 안정성(공신력)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금융풍토에서는 정부의 개입으로 파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정리차원의 인수―합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은행에 대해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은행의 도산을 전제로 한 것이다.
◆대응책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으로 인한 경제·사회적인 충격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과 함께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덕훈(이덕훈)박사는 『금융이 자율화할 수록 감독은 강화되어야 한다』며 『부실방지를 위한 예방적 감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기관이 실적경쟁보다 질과 서비스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고, 특히 도산의 가능성이 높은 신용금고 새마을금고 신협 등 중소 금융기관의 경우 여러개의 기관을 연계해 조직적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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