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회의원이 31일 수뢰혐의와 관련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는 평의원도 아니고 국회 상임위원장이자 야당 사무총장까지 지낸 3선의 중견 정치인이다. 비슷한 비리 사건에 관련되어 검찰에 불려갈 의원이 또 있다는 보도들이다. 이날 검찰에 소환되는 최락도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의원들의 같은 모습을 또 봐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그리고 또 있다. 지금까지 정치와는 무관한 순수 연구단체로 알려져 왔던 김대중씨의 아태평화재단이 헌금을 받고 서울시교육위원 선출에 개입했다는 설이다. 민자당소속 서울시 의원이 이같은 발설을 한데 대해 아태평화재단 후원회는 이날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확실한 진상은 검찰의 조사결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문제는 왜 이렇게 정치의 구석구석까지 돈 얘기가 나오느냐는 것이다.
시·도의회의 교육위원 선출비리만 해도 그 범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크고 작은 각종 선거에서도 돈 얘기가 빠지는 일이 없고 정치인과 관련해서도 뇌물수수 이권개입설이 그칠 날이 없다.
최근 검찰이 정치권의 각종 비리에 대해 수사를 하자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다른 사람들도 비슷 비슷한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말일 수 있다. 발각된 사람만 재수가 없고 억울할 뿐이라는 소리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부패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언제나 틈만 나면 깨끗한 정치를 부르짖어 왔지만 부정부패는 여전하다. 엄청난 액수의 국고보조를 지원하고 개인별 정당별로 후원회를 만들어 정치자금을 양성화하려고 애써 왔지만 정치인의 비리는 구태의연하다. 종전에 비하면 줄었다고는 하나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자 재산공개파동등 개혁과 사정바람이 불어 닥쳤을 때의 삼엄한 분위기는 지금 온데 간데 없다.
그 당시의 개혁바람을 타고 깨끗한 정치, 돈 안드는 선거를 실현하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 제도가 잘 지켜지지 않고있다. 정치인이나 국민의 의식수준이 따라가기에는 너무 높은 이상적 목표에 집착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 제도와 법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발전을 가져올 수가 없다. 언제나 나태한 현실에 만족하다가는 정치의 선진화는 찾을 길이 없게 된다. 정치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식개혁이 앞서야 한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게 정치스캔들이지만 우리의 경우 너무 도가 지나치고 너무 넓게 퍼져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정치개혁은 새로 시작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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