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의 이야기를 한 어머니가 이렇게 들려 주었다. 『우리 아이가 고1 이었을때 어느날 얼굴이 퉁퉁 붓도록 얻어 맞고 왔어요. 상급반 불량배들에게 건방지다고 맞았다는데, 그후 자주 그런 일이 있었어요. 불량배들은 학교 운동장이나 교문앞에 지키고 있다가 돈을 뺏고, 담배나 술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고, 자기 그룹에 들어오라는 협박도 했는데,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상담했지만 뾰죽한 수가 없었어요. 남편이 차를 가지고 매일 등하교를 시켰으나, 여전히 학교안에서 얻어 맞곤 했어요. 명랑하던 아이는 점점 신경질적이 되고, 성적이 떨어지고, 온 가족이 불안증에 시달렸어요. 불량배들과 같은 반인 친구의 형을 중간에 세워서 석달만에 겨우 폭력에서 벗어났는데,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피가 마르는 것 같아요』「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시민모임」이 출범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어머니를 떠올린것은 시민모임을 주도한 김종기(49·신원그룹 전무)씨 역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김종기씨는 학교폭력으로 외동아들을 잃는 참담한 비극을 겪었다. 고1이던 그의 아들은 지난 6월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는데, 부모는 아들이 죽고난 후에야 그 애가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부잘하는 모범생이었던 그 소년은 폭력배들의 협박에 질려 부모에게조차 고통을 털어놓지 못한채 죽음으로 도피했던 것이다.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학교폭력으로부터 다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지난 여름 무더위속에 뛰었던 심정을 생각하면 눈물겹다. 『내 아들은 죽었지만 남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과 부모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내 아들도 그 누구와 상담이라도 했던들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아버지의 호소는 우리의 가슴을 친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시민모임에는 목사 스님 검사 교수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많은 학부모들이 자원봉사자로 일하겠다고 지원하고 있다. 그들은 우선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학교폭력 전담교사 임용과 경찰서내 전담전화 설치등을 추진할 생각이다. 세미나를 열고 학교폭력 예방책을 모색하여 책자를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시민모임(전화 02―747―7417 팩스 706―3631) 에는 벌써 신고와 상담이 줄을 잇고, 어떤 형태로든 돕겠다는 제안도 많다고 한다. 학교폭력에 쫓기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16살 소년의 비극을 모든 부모들이 가슴에 새긴다면 이 운동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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