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의 말·교육 생생… 혼탁한 사회에 희망의 빛사람이 저질러 놓은 온갖 끔찍한 재앙이 잇달아 터져 나온다. 하도 엄청난 일이 자꾸 일어나니까 이제 사람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몇십명 떼죽음을 당한 것쯤은 예사로 알고 몇백명이 죽었다고 해도 곧 잊어버린다. 그저 나만 안 당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런 재앙을 일으킨 사람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까닭을 찾고 찾으면 밑뿌리는 교육에 있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가 국민교육을 어떻게 했던가를 살펴보면 지금 세상이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방후 60년대까지는 아이들에게 온갖 이름으로 된 돈을 걷어 모으는 짓만을 가장 힘들여 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교실을 콩나물시루로 만들어 놓고는 점수따기경쟁으로 서로 잡아먹는 교육을 했다. 이런 학교에서 무슨 민주교육이고 사람교육을 하였겠는가? 가르치는 수단이라고는 일제때부터 익혀 놓은 군대식 훈련이었고, 도덕은 「반공」이었으니, 예술교육이고 문학교육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면 책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요즘은 어떤가? 어느 분이 쓴, 요즘 아이들이 읽는 책이야기 한 대문을 옮겨 본다.
「아이들이 즐겨 읽는 책은 만화책이 으뜸이다. 그 중에서도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같은 책은 계속 1위다. 여자아이들이 즐겨 보는 책은 X세대문고다. 그리고 괴기이야기나 탐정소설같은 책을 즐겨 본다. 아이들이 하도 보길래 나도 어떤 내용인가 빌려 본 적이 있다. 드래곤볼은 온통 싸움투성이고, X세대문고는 삼각관계가 자극적인 말로 씌어 있었다. 게다가 탐정소설은 살인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김애숙)
이래서 지금도 아이들과 교육의 실상을 보면 그저 앞이 캄캄할 뿐이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 「옛이야기 들려주기」(서정오 지음·보리출판사간)는 이런 암담한 교육계에 한 줄기 빛을 비춰 준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옛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얼마나 슬기로운 교육이 되는가를 우선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옛이야기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어떻게 들려주어야 하나 하는 방법을 재미있는 글로 깨치게 되고, 교육은 정말 이렇게 해야 되겠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모든 교육자와 부모들이 이 책을 읽어서 몇천년 이어온 우리 겨레의 말과 교육의 알맹이를 몸으로 익혀 가졌으면 얼마나 좋겠나. 아이들을 살리고 나라를 구하는 길이 이것말고 또 있을 것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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