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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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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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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권위주의 시대의 야당은 참으로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집권세력에 의한 탄압이 심했기 때문이다. 수도 적고 돈도 없는데다 걸핏하면 폭력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의사당에서는 여당의 횡포에 짓눌리고 거리로 뛰쳐 나가면 경찰의 최루탄에 쫓겨야 했던 게 야당 신세였다. ◆그처럼 가련한 이미지가 오랫동안 국민들의 머리 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득보는 것도 있었다. 그저 우는 시늉만 하면 국민들이 동정을 하고 표를 주었기 때문이다. 단식에 농성까지 곁들이면 야당으로서는 그 이상의 정치가 없었다. 사실 강권정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당시엔 여당의 독주와 이에 대한 야당의 처절한 항거가 정치의 전부였다. ◆권력의 부단한 탄압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야당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강화시키는 일면도 없지 않았다.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씨의 정치적 성장과정을 보면 집권자의 탄압과 핍박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은 당시 맞을수록 커지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의 야당은 어떤가. 한마디로 그때에 비하면 너무나 행복하다. 우선 그 지긋지긋하던 권력의 탄압으로부터 자유를 찾았다. 풍족한 국고보조로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지난 지방선거때에는 국민들이 엄청난 지지표까지 던져주어 늘어진 신세가 되었다. 앞으로 잘하면 영구야당의 신세를 면하고 집권당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웬일로 때아닌 「야당탄압」 타령이 나오는 것일까. 사정당국이 지난 선거당시의 공천장사, 불법부정운동, 국회의원 비리에 대해 조사하자 야당들은 일제히 「야당탄압」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법을 어기면 여나 야나 똑같이 처벌을 받는 것 아닌가. 야당의 상투적인 사고방식에 새삼 놀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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