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하나로 2년만에 정상정복/고혹적외모 “블랙위도우” 별명/“18세때 당구에 반해 37시간 친적도”칠흑같은 드레스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머리를 연신 젖혀가며 큐를 겨누는 이진희(24·미국명 자넷 리)씨의 고혹적인 모습은 관중들의 시선을 못박아두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정작 주변의 탄성을 끌어내는 것은 1백22회를 연속 「포켓 인」시킬수 있는 신기에 가까운 당구기술을 구사하며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경기내용이다. 짝짓기가 끝난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미국산 흑거미의 이름 「블랙 위도우」가 그의 별명이 된 것은 단순히 검은 옷을 즐겨입는데서 온 것만은 아니다. 포켓볼이 사교스포츠로 대중화돼 4∼5세때부터 당구를 시작한 여류들이 즐비한 서구당구계를 프로경력 2년에 불과한 자넷 리가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그는 여자당구대회에 12회 출전, 5개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매년 한차례 세계당구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세계대회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세계여자프로당구협회가 선정하는 종합랭킹 1위로 올라섰다. 큐를 손에 쥔지 불과 5년만의 일이다.
뉴욕 맨해튼의 컴퓨터회사에서 근무하던 18세의 평범한 한인2세 처녀였던 그가 큐를 잡게 된 것을 그는 스스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호기심에 난생처음 기웃거린 당구클럽에서 한 늙은 노인이 당구공을 포켓에 연달아 1백20회를 집어넣는 것을 보고는 홀딱 반해버렸어요』 지금은 가장 열성적인 팬이된 부모들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이 당구장을 출입하는 것을 알았을 때는 까무라칠 정도였다. 하지만 직장도 팽개치고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당구만 쳐대는 자넷 리를 아무도 말릴수 없었다.
『당시는 불량배들이 당구장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 적지 않았지만 당구 자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훌륭한 스포츠입니다. 37시간동안 잠도 자지않고 당구를 친 끝에 친구에게 업혀와 1주일간을 앓아누웠던 적도 있었죠』 그가 프로당구계에 얼굴을 내민 첫해에 세계대회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10위권내로 진입할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광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자넷 리는 당구선수로서뿐 아니라 음악전문유선방송 M TV의 뮤직비디오나 광고의 모델로서도 인기를 높여가며 연간 1백만달러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리는 대중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일정이 바빠지는만큼 당구칠 시간이 줄어드는게 속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냐』고 말하는 자넷 리는 한국에서도 자신의 당구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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