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진·나훈아/잊지못할 숙명의 라이벌(가요 현대사:9)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진·나훈아/잊지못할 숙명의 라이벌(가요 현대사:9)

입력
1995.08.30 00:00
0 0

◎70년대 산업화속 젊은이의 꿈과 향수 달래/「부단한 연습의 가수」·「타고난 노래꾼」 대조<두 사람 시민회관서 숙명의 대결 1라운드> (일간스포츠 1971년 10월4일자)

트로트 가수 남진(49)과 나훈아(48)의 연이은 시민회관 리사이틀을 보도한 이 기사는 권투경기의 격돌을 연상시킨다. 전투적인 문구가 뜨거웠던 두 가수의 인기와 경쟁을 말해준다.

『우리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일거수 일투족이 대결구도로 그려졌어요. 두 명의 가수가 비슷한 인기를 얻으니까 호사가들이 「라이벌상황」을 만들어낸 것이죠』 남진의 이야기다.

두 가수는 많은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에, 의도했든 안했든 대결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인기비결이 대중성을 극대화한 것이라는 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백년 살고 싶어…> (남진, 님과 함께)

<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번 보고 징검다리 건너갈 때 손을 흔들며 서울로 떠나간 사람…> (나훈아, 물레방아 도는데)

그들의 노래는 고향을 떠나 산업화의 대열에 동참한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향수를 달래주는 치료제였다. 그들은 또한 가난하고 쓸쓸한 가운데 소중하게 키운 젊은 사랑의 꿈을 이야기하는 대변자였다.

남성적인 마스크, 쇳소리가 섞인 듯한 음색, 절정 부분에서 묘하게 목소리를 뒤집는 소위 「꺾기」등으로 포장된 두 가수의 노래는 이러한 젊은이에게 정통으로 먹혀들어갔다.

지금은 모두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유명 연예인과의 결혼과 이혼등 인기인으로서 통과의례 처럼 치렀던 순탄치 않은 개인사도 비슷했다.

다른 점도 있다. 결정적인 것은 「가슴 아프게」 「미워도 다시 한번」등을 부른 남진이 「다듬어서 만들어진 가수」인 반면, 「고향역」 「해변의 여인」등의 나훈아는 「타고난 노래꾼」이라는 점이다.

남진이 부단한 연습을 통해 노래를 완성해 간다면, 나훈아는 악상 설명만 듣고도 이를 소화해 냈다. 나훈아는 작곡에도 능해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2천5백여곡의 노래중 8백여곡을 직접 작곡했다.

남진이 가수 윤복희와 이혼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1979년 이후 두 가수의 라이벌 관계는 사실상 끝이 났다. 남진이 무대를 거의 떠나 있는 반면, 나훈아는 지금까지 히트곡을 내며 트로트 음악의 굵은 맥을 잇고 있다.

『트로트가 내 노래의 기본이겠지만 대중의 정서에 따라 노래 분위기를 바꿔왔기 때문에 인기를 유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출연을 줄여 궁금증과 신비감을 높인 것도 도움이 됐구요』 대결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있는 나훈아의 이야기다.<권오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