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이제 그만” 여권운동 불 댕겨/해고 1순위… 남편등에 피살 연1만4천명/임금도 남성의 40%… 자구책마련 확산여권보호운동이 러시아에서 활발히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러시아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여성실업이 급증하고 있고 성폭력등 여성에 대한 범죄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여성들이 자구책을 강구해야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소련시절 여성중 92%는 취업을 했지만 현재 러시아에서는 종업원을 감원할 경우 우선 대상이 여성이며 실업자중 70%가 여성이다. 또 여성의 임금도 구소련시절에는 남성의 70%였던 것에 비해 현재는 40%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육아비와 출산유급휴가등 사회보장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여성근로자들을 우선적으로 해고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러시아의 노동장관은 여성실업 급증에도 불구, 『남성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여성은 집에서 아이나 돌보고 살림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등 여성실업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통계에 의하면 93년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숫자는 1만4천명으로 91년 5천3백명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으며 이 숫자는 미국의 20배나 되는 규모다.
강간등 성폭행도 지난해 1만3천건이 신고됐는데 실제 발생건수는 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범인의 보복등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고 있으며 검거율도 극히 낮은 편이다.
여성들이 이처럼 해고당하거나 성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는 등 피해를 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남성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구소련시절부터 남녀평등을 내세웠지만 이는 구호에 지나지 않았으며 실제로는 엄청난 불평등을 당해야만 했다. 러시아도 그같은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으며 과거와는 달리 법과 제도로 여성을 보호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중앙은행총재로 지명한 타치아나 파라모노바를 세차례에 걸쳐 인준을 하지 않은 주된 까닭도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러시아언론들은 그에게 경제정책대신 요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등 노골적으로 차별기사를 쓰고 있는 형편이다. 기업들 역시 「젊고 금발머리에 다리가 늘씬하며 독신인 여자」들을 비서로 쓰겠다는 광고를 신문에 내고 있다. 여성들은 사무실의 「화초」로서 커피나 나르고 잔심부름이나 해야 된다는 것이 러시아 남성기업가들의 생각이다. 이러다 보니 직장에서의 성폭력이나 희롱도 자주 발생하는 형편이다.
결국 일부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차별이 계속되는 현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93년 의회선거에서 하원의석중 11%를 차지한 여성당은 내년 6월 대통령선거에서 여성후보를 내세우기로 하는 등 정치적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여성민간단체들도 성폭력을 막기 위해 상담이나 법률강좌등을 열고 있으며 지방순회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여성단체는 직장에서 성폭력이 빈번히 발생하는 3백개기업들의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여성의 고통을 호소하는 연극을 제작해 순회공연도 하고 있다.
이같은 여성들의 자구책에 대다수 러시아남성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그렇지만 여성운동가들은 러시아가 현재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만큼 남성들의 여성관도 바뀔 것이며 이를 위해 전국적인 조직을 갖춰 여권신장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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