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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원자력 개발정책 “삐걱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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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원자력 개발정책 “삐걱삐걱”

입력
199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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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전환로 계획,실증로 건설 눈앞서 전면 백지화/「꿈의 원자로」 고속증식로도 실용화차질 “중대고비”일본의 신형 원전개발에 명암이 엇갈리면서 핵개발정책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추진했던 신형전환로(ATR) 개발계획이 실증로건설을 눈앞에 두고 지난 25일 전면 백지화했다. 한편에서는 예정보다 더디긴 하지만 고속증식로(FBR) 개발계획이 차분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29일 후쿠이(복정)현 쓰루가(돈하)시에 위치한 고속증식로 원형로 「몬주(문수)」(28만㎾)의 첫 송전실험에 성공, 플루토늄의 평화적 이용에 한발 더 다가섰다.

몬주는 흔히 「꿈의 원자로」로 불리는 고속증식로의 원형로다. 발전용원자로 개발은 우선 10분의 1규모의 소규모로 건설돼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실험로, 중규모로 대형화로의 기술적 검토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원형로, 대규모의 원자로로 경제성을 타진하기 위한 실증로를 거쳐 최종 실용로로 이행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원자로인 가압경수로(PWR)나 일본의 구형원자로인 비등수형경수로(BWR)등 전통적 원자로는 한결같이 우라늄235를 연료로 사용한다. 천연우라늄은 고품위라고 해야 우라늄235가 0.7%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우라늄238로 구성돼 있다. 우라늄238은 핵분열을 일으키지 못해 연료로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우라늄자원이 석유와 마찬가지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천연우라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라늄238의 이용은 중요한 관심사가 돼왔다. 다행히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핵분열이 가능한 플루토늄239로 바뀐다. 문제는 핵발전의 부산물로 생성되는 플루토늄이 그동안 핵폭탄제조 외에는 용도가 없었다.

고속증식로는 감속된 중성자로 우라늄235를 때려 핵분열을 일으키는 통상의 경수로와는 달리 고속의 중성자로 플루토늄을 때려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는다. 동시에 이과정에서 고속중성자가 발생, 우라늄238을 플루토늄으로 전환시키고 다시 플루토늄이 핵분열하는 연쇄반응을 통해 투입한 플루토늄보다 많은 플루토늄연료가 얻어진다는 점에서 엄청난 매력을 갖고있다.

천연자원이 전무한 반면 에너지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는 일본이 현재의 경수로에 비해 이론상 60배의 효율을 갖는 고속증식로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

일본은 지난 70년 10만㎾급의 실험로 「조요(상양)」건설에 착공, 77년 핵분열 연쇄반응이 유지되는 「임계」에 도달한데 이어 91년 원형로 몬주를 완공, 독자기술에 의한 고속증식로 건설의 꿈을 불태워왔다.

그러나 몬주가 지난해 4월 계획보다 1년늦게 임계에 도달했고 29일의 송전실험도 계획보다 1년반이나 지연돼 실시되는등 수시로 장애에 부닥쳐 왔다. 발전용 수증기발생계통에서 이상이 잇따르는 등 기술적인 문제가 주요인이었다. 고속증식로분야에서 세계최첨단을 자랑하는 프랑스가 1백20만㎾급 실증로 「슈퍼 피닉스」가 냉각제 사고로 증식로로서의 운전이 중단된 것만 봐도 알수 있듯 고속증식로의 기술적인 해명이 아직까지 완벽하지 못한 때문이다.

일본은 애초 93년에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실증로건설을 일단 미뤄둔채 우선은 몬주의 안전운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빠르면 2020년을 목표로 했던 실용화는 벌써 2030년이후로 분명한 일정조차 못잡은 채 늦춰져 있는 상태다.

몬주의 송전실험에도 불구하고 고속증식로의 길이 순탄치 않다는 전망은 효율은 낮지만 플루토늄연소가 가능해 고속증식로로 이행하는 중간단계로 설정됐던 신형전환로(ATR) 개발사업이 중단된 데서도 추론이 가능하다.

지난 66년 개발을 시작해 79년 원형로 「후겐(보현)」이 운전을 시작한 ATR개발은 올해 실증로의 착공을 앞두고 돌연 백지화했다. 건설비가 기존경수로의 3배에 이르는데다 예상과 달리 국제우라늄시세가 안정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기사업연합회가 중단을 요청했고 이를 정부가 지난 25일 최종승인해 버렸다. 기술적인 진전이 지연되면서 애초에 상정했던 고속증식로 개발의 중간단계라는 특성이 상실돼 버린것도 한 요인이었다. 3천억원의 개발비는 물거품으로 변했다.

지혜의 보살인 몬주가 이지와 자비의 보살인 후겐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실용화가 계속 지연될 경우 벌써부터 일본이 실험로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핵융합로에 밀려 고속증식로 개발사업도 허공에 떠버릴 수도 있다.

고비를 맞고 있는 일본의 핵발전정책은 ATR개발의 백지화에 이어 고속증식로마저 무산될 경우 「잉여 플루토늄은 없다」는 일본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동시에 플루토늄 전용의 우려를 낳게 된다는 점에서도 귀추가 주목된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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