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 결합 경영극대화 전략/단순 「살아남기」 넘어 고성장 목표/올 상반기만 3백20건 “한집살림”미국 금융가에 합병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8일 발표된 체이스 맨해튼과 케미컬은행간 합병은 「체이스 맨해튼」이란 기존이름을 사용하는 새로운 거대은행을 탄생시키게 됐다. 체이스와 케미컬 은행간 합병은 올들어 미국 상위50대 은행간의 합병중 6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전체로 따져 보면 올해 상반기중에만 이미 3백20건의 크고 작은 은행합병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5백34건의 합병이 이루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 금융연구기관은 최근 은행합병의 가속화로 향후 10년간 5만9천개의 은행점포가 사라지고 45만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합병바람은 이미 지난 80년대부터 미국은행가를 휩쓸어 왔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불고 있는 합병바람은 당시와는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80년대 미은행가는 심한 경우 1년에 2백여개의 은행이 도산할 정도로 경영부실이 심각했고 이를 탈출하기 위한 경영합리화의 방편으로 합병이 재촉됐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비용절감등을 통해 경영부실문제만 해결하면 어느정도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합병현상은 수익의 극대화라는 보다 적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컴퓨터등 테크놀로지의 숨가쁜 발달과 투자신탁, 크레디트 카드등의 비은행 분야가 기존의 은행영역을 적지않게 잠식하는 상황속에서 은행들이 고속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합병같은 보다 극적인 조치들이 필요해 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영진을 향한 대주주들의 압박도 갈수록 거세지는 추세다. 체이스와 케미컬의 이번 합병도 체이스 주식을 6.1% 보유한 대주주 마이클 프라이스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결과라는 게 월가의 정설이다.
합병을 통해 얻는 이득은 무엇보다도 상호장점들이 결합돼 강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이른바 시너지효과이다. 가령 기존의 체이스은행은 세계적 지점망이 잘 짜여진데다 외환거래, 크레디트 카드영업, 소비자금융 분야의 강자이다. 반면 케미컬은행은 기업대출, 특히 차관단 대출(SYNDICATE LOAN) 시장의 26%를 점유, 이 분야의 1인자로 유명하다. 두 은행이 결합하게 되면 이같은 강점들이 어우러져 막강한 경쟁력으로 재무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효과를 노린 은행합병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를 따라가기 위한 자구적, 혹은 방어적 합병도 유행하고 있다. 즉 비교적 큰 은행들의 경우 유사한 경쟁은행을 견제하기 위해, 또는 작은 은행들간의 상호합병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부상하는 것을 먼저 제압하기 위해 전략적인 결합을 더욱 서두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합병이 계속되면서 은행의 초대형화 현상은 갈수록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체이스와 케미컬의 합병으로 새로 생기는 체이스 맨해튼 은행이 2천9백70억달러의 자산규모로 미국1위, 세계16위의 지위로 도약하게 되지만 지난 90년만해도 미국에서 자산이 2천5백억달러를 초과하는 은행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2000년이 되면 이 정도의 자산규모를 갖춘 전국은행이 5개 정도는 될 것이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전망이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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