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프로그램에는 한국의 「사건25시」니 「경찰청사람들」이니 하는 프로그램들의 원조격인 경찰관련 실화극이 많다. 하나같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의 질서와 주민의 안전을 지키는 고마운 경찰들이 주인공이지만 실제로 미국사람들이 바라보는 경찰의 모습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얼마전 뉴욕에서 마약소지혐의로 추적을 받던 18세난 남미계 소년 한명을 경찰관이 4층건물 창밖으로 밀어 떨어뜨려 다치게했다고 해서 말썽이 난 적이 있다. 『경찰관이 소년을 밀어뜨린뒤 「그래 내가 했다. 어쩔래?」라고 말하더라』는 「목격자」의 증언까지 있고 나서 분개한 주민들과 경찰사이에 투석전이 벌어지는등 연일 긴장이 감돌았다. 그런데 그 소년이 『사실은 도망가다가 미끄러져 떨어졌는데 이웃사람들이 경찰이 밀었다고 하라고 시켜서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함으로써 경찰과 주위사람들을 어처구니 없게 만들었다.
경찰들을 바라보는 주민들, 특히 흑인이나 남미계를 비롯한 소수계들이 경찰에 대해 얼마나 심사가 뒤틀려 있나를 알게해 주는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죄없는 경찰관이 누명을 쓸뻔 한데는 「죄가 없지 않은」 동료 경찰관들의 행태에도 원인이 있음은 물론이다. 소년의 고백이 있은 날 필라델피아에서는 영장없이 시민을 구금, 구타하고 가택침입을 예사로 해오던 지역경찰서장을 비롯한 11명의 경찰간부들이 징계를 받았다.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촉발시킨 로드니 킹 사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경찰관들이 총기나 무력을 남용해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같은 일로 불신을 차곡차곡 쌓아오다 보니 주민들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커녕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는 일까지 생기는 것이 처량한 미국경찰의 모습인 것이다. 분별력을 잃은 공권력은 폭력에 다름아니고, 그 폭력은 결국 자신들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것은 미국경찰들에게만 해주고싶은 이야기는 아니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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