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대 888」 마케팅 경쟁 예고/“새 국번 나오면 전화판매방식 혼란과 손실”/기존 꽃배달업체 등 “매출 30% 감소” 불안감미국기업들에 800번으로 시작되는 수신자부담 전화번호는 중요한 마케팅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내년 3월부터 888번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수신자부담 전화번호 국번을 도입키로 하자 기업들은 새로운 고민거리에 직면하고 있다. 800번으로 확보한 시장 및 기업이미지에 막대한 손실과 혼돈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기업 가운데 6백80만개이상이 800으로 시작되는 수신자부담 전화번호를 갖고 있다. 이들은 다이얼의 숫자에 부여된 알파벳을 사용해 회사명이나 제품이름이 포함된 전화번호를 고안, 이를 수신자부담 전화번호로 등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스는 1―800―NY―TIMES(1―800―698―4637:1은 장거리전화앞에 붙는 번호)라는 전화번호를 갖고 있어 한번 광고를 들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전화요금 부담없이 손쉽게 구독문의를 할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회사 이름뿐 아니라 제품명자체를 전화번호로 사용하는 경우는 마케팅효과가 더욱 크다. 「1―800―THE―CARD」(신용카드회사) 「1―800―MATTRESS」(침대판매회사) 「1―800―FLOWERS」(꽃배달업체)같은 전화번호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경우 자연스레 자기회사 번호를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그 자체가 엄청난 판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FCC조사에 의하면 전체 800전화번호의 24%가 이처럼 「특별한」번호이다. 「1―800―MATTRESS」사나 「1―800―FLOWERS」사처럼 아예 전화번호를 회사이름으로 등록하는 회사들도 있을 정도이다. 특히 67∼93년 1백30만개의 800번호가 생겨났던 것이 93년 이후 무려 6백80만개로 폭증했을 정도로 근래들어 800번호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가능한 800전화번호 수는 7백60만회선에 불과, 내년이면 여분이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FCC가 내년 3월부터 888번을 800에 이어 새로운 수신자부담전화의 국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도입시기가 다가오면서 해당기업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최근 조사전문회사인 텔레초이스사가 실시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25%는 888전화가 도입되면 800전화대신 이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이같은 응답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기존업체들의 불안감을 뒷받침했다. 매출의 90%이상을 전화주문에 의존하고 있는 1―800―FLOWERS사부사장 피트 스피타씨는 『만약에 다른 업체가 「1―888―FLOWERS」라는 번호를 갖게 되면 최소한 30%정도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며 『이같은 특별한 번호는 지적재산권과 마찬가지로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화마케팅 전문회사인 인터액티브 콜 브랜드사 주디스 오펜하이머씨는 『일반소비자들에게 800번호는 「무료전화」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를 수신자부담 전화전용으로 고수할 기술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FCC측은 『모든 회사가 전화번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면 새 국번을 추가하는 효과가 없어지게 된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어 내년 3월이후 미국시장에서는 「800 대 888」의 치열한 마케팅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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