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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와 할렐루야(조성진의 공연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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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와 할렐루야(조성진의 공연읽기)

입력
199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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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이다. 졸업식장에서 모두 애국가를 부르는데 앞쪽에 앉아 있던 학생들만 일어서고 뒤쪽에 앉아 있던 학부모들은 일어서지 않았다. 단상에 올라가 청중을 향해 지휘하던 음악선생님이 보다 못해 『뒤에 앉으신 분들,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하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그 해가 66년이니 자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도록 교육시킨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가를 부를 때 자연스럽게 일어서게 된 것이 30년도 못 된다는 얘기다.그후 영화관에서 영화를 시작할 때 「기립 탈모」라는 명령조의 글씨가 나타나는 「애국가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도 처음에는 관객들이 일어서지 않았고 누구나 즉시 일어서게 된 것은 한동안이 지나서다. 애국가가 나오는 도중 당시 박정희대통령의 얼굴이 크게 비쳤었는데 일부에서는 대통령 앞에 국민을 일어서게 하자는 의도로 애국가영화를 만든 것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어쨌든 국가가 울리면 일어서야 한다는 사실을 계몽한 이 영화의 「공로」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음악이 울리면 일어서는 예가 이것 말고 또 하나가 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이듬해인 67년의 일이다. 곽상수씨의 지휘로 연말께 헨델의 「메시아」공연이 있었는데 유명한 「할렐루야」가 울리자 청중들이 와르르 일어서는 것이었다. 음반으로가 아니고 실제연주로 「메시아」를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던 나는 영문을 모르면서 덩달아 일어서서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왜 일어서는지 이유를 알아보니 『초연때 영국왕이 일어섰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었다. 음악에 얽힌 낭설도 하도 많으니 영국왕이 정말 일어섰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왜 오늘날 한국사람이 일어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에게서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 이상한 풍습이 외국에서도 지켜지는가 확인해 본 것은 그보다 몇년뒤 오스트리아 빈에 갔을 때이다. 모차르트가 편곡한 독일어 「메시아」공연을 찰스 매커러스 지휘로 들으며 나는 다소 초조하게 「할렐루야」를 기다렸던 것을 기억한다. 빈의 청중들은 일어서지 않았다.

오늘날 애국가가 울리는데 일어서지 않는 우리 국민은 없다. 그러나 국가가 울려도 일어서지 않던 시절 우리는 엉뚱하게도 다른 음악이 울리면 일어서는 짓을 했었다. 그 기억이 있는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메시아」연주에 가지 않기로 했다. 바로 헨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이다.

□약력

▲1947년 서울출생 ▲서울대 독문과 졸 ▲오스트리아 빈대학, 빈국립음대, 독일 함부르크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등에서 연극, 오페라연출, 음악학 전공 ▲예술의전당 공연사업본부장겸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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