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체험 단편집 「이방의 순례자들」 이어/종교의 인간파괴 다룬 「사랑과…」 곧 선봬「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독특한 소설미학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근작들이 잇따라 번역 출간되고 있다. 92년에 냈던 단편집 「이방의 순례자들」(한나래간·정효석 옮김)이 지난달 번역돼 나온데 이어 올해 출간과 함께 세계언론의 이목을 끈 장편 「사랑과 다른 악마」(한뜻간·김준 서성철 공역)가 곧 우리말로 선보일 예정이다. 두 작품 모두 마콘도와 아우렐리아노대령등 허구의 마을과 인물을 전형으로 환상적 수법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현대사를 비판해 온 그의 작업들에서 어느 정도 비껴나 있는 작품들이다.
비교적 짧은 장편인 「사랑과…」는 17∼18세기 스페인식민지였던 라틴아메리카의 한 도시를 무대로 종교의 이름 아래 자행되는 인신억압과 인간성 파괴를 다룬 작품. 환상적 구성이나 표현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소설로 후작의 외동딸 시에르바 마리아가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렸다는 이유만으로 악령이 깃든 것으로 재단받아 감금된 뒤 가톨릭의 가혹한 종교재판과 고문끝에 죽기까지를 다루었다. 종교라는 사회제도가 병·광기 등을 왜곡 해석하는 방식을 보여주면서 성이라는 지치지 않는 욕망과 사랑의 순수함을 말하고 있다.
「이방의 순례자들」은 작가의 청년기와 유럽망명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유럽지역의 라틴아메리카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12편의 단편모음. 모두 우연한 사건, 꿈, 전설, 유령등 환상적 요소를 부각시키면서 근대문명의 상징인 유럽에서 상처받고 떠도는 사람들의 모습과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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