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방 소홀 무조건 대피령/배수등 안전 뒷전 예산타령만우리 사회의 천재 대비체제에는 허점이 많았다. 이번 집중호우와 태풍재니스는 기록적인 강우량으로 어쩔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취약지대에 대한 평소의 충분한 점검과 안전관리, 관계기관의 효율적인 대응등이 이뤄졌다면 피해를 좀 더 줄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국가기간망인 철도가 마비돼 경제흐름이 차단됐고 도로침수는 인구 1천만명이 생활하는 수도 서울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90년 9월 한강대홍수 당시 각인됐던 교훈을 상기하는데 엄청난 대가가 든 것이다.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하천 수량관리체제의 미흡은 이번 중부지방 물난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집중호우가 시작된지 하루만인 24일 소양강댐등 한강수계 7개 댐은 일제히 방류를 시작, 태풍이 지나간 27일 아침까지 방류를 계속했다. 댐방류는 집중호우와 다가올 태풍에 대비, 담수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태풍이 미칠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수문을 연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집중 호우가 내린 23일 밤 태풍의 방향과 북상속도, 한반도 상륙시점등의 윤곽이 드러났을 때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방류시점을 조절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기상청의 부정확한 기상정보, 고질적인 관계 기관 협조체제 미비 역시 이번 물난리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예상강우량은 댐 수문개폐의 결정적 근거인데도 예보는 크게 빗나갔다. 물론 첨단 장비부족, 인력부족등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예보는 이제 지양할 때라는 의견이 많다.
각종 재해·재난사태를 예방하고 신속한 대비책을 마련해야할 최고책임기관인 중앙재해대책본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재해대책본부는 하천수위가 상승할 때마다 인근 주민들을 무조건 대피시키는등 사전예방보다 사후조치에만 급급해 민원을 샀다.
부실한 재해대비와 안전불감증의 현장은 곳곳에서 목격됐다. 단 몇 ㎜의 비만 내려도 교통이 마비되는 서울의 도로사정에 분통을 터뜨렸던 시민들은 이번 집중호우로 교통지옥을 실감했다. 도로의 배수시설은 하수가 역류하는등 엉망이고 아스팔트는 곳곳이 패여 각종 교통사고를 유발했다. 견고성이 요구 되는 지하철공사장이 무너지거나 침수돼 완공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이같은 현상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예산타령만 하며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충북 미호천 범람과 충북 괴산군 충북선 무궁화호 탈선사고 역시 사전 주의만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청원군 강외면 서평배수장의 93년말 완공목표가 예산부족으로 지연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미 매립한 지름 1천1백㎜ 크기의 8개 배수관에 제수시설을 갖추는등 사전대비를 하지 않아 미호천이 역류, 주택 농경지 침수등 막대한 피해를 냈다.
충북선 열차 탈선사고 역시 안전점검 책임자가 사고교량에 대한 안전점검을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도 않고 허위로 안전점검기록부를 작성하고 무너진 교각 2개에 철근마저 없는등 부실공사가 원인이었음이 경찰수사결과 밝혀지고 있다. 완벽한 안전관리 체제는 인재든 천재든 상관없이 모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구축·운영돼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이번 중부지방 물난리는 또 한번 일깨워 주고있다.<황상진 기자>황상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