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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희 목사의 방북/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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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희 목사의 방북/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입력
1995.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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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웰스의 기록소설 「아리랑의 노래」에는 후일 조선공산당 산파역의 한사람이 된 김산의 기독교 신앙에 관한 얘기가 잠깐 나온다.김산은 어머니와 함께 동네 교회에 열심히 다녔는데 삼일운동때 기독교인들이 왜경들로부터 무차별하게 살상당하고 한없이 얻어 맞았으나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 무력함에 환멸을 느껴 교회를 떠나게 됐다.

김산의 어머니도 왜경의 칼에 찔리고 구둣발에 짓밟혔으나 만세만 불렀을뿐 왜경에게 돌멩이 하나 던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김산은 원망하고 있었다. 그길로 김산은 기독교를 영영 버리고 공산주의의 길을 걷게 됐다.

북한기독교연맹 강영섭 회장의 초청으로 22일부터 29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곽선희 목사도 김산의 모친만큼이나 무저항적인 면이 있어 보인다.

그는 황해도 옹진출신으로 6·25중 아버지와 함께 기독교를 믿는 죄때문에 산중으로 쫓기다가 아버지는 총에 맞아 숨졌는데 그는 아버지의 시신을 거둘 틈도 갖지 못한채 간신히 남쪽으로 도망왔다고 한다.

아마 그의 귀에는 아버지를 쏜 북한인민군의 장총소리가 늘 윙윙 거릴 수도 있고 아버지의 주검을 산골짜기 어디에 버려둔채 남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늘 원망스럽게 뒤돌아 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80이 넘도록 아들을 바라보며 살다가 곽목사가 91년 처음 방북하기 바로 직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이런 모진 추억을 갖고 있는 곽목사가 그 북한에 치과병원을 지어주고 뭔가를 돕기위해 북한 방문을 하고 있다.곽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서울 소망교회는 90년초 중국옌볜(연변)에 4년제 옌볜과학기술대학을 창설하고 현지 한인교포, 중국인, 그리고 북한단기반 학생들을 받아들여 과학기술발전에 헌신하고 있는 중이다.

소망교회는 또한 옌볜과학기술대학측을 통해 북한에 치과병원을 짓기 위한 필요한 의료시설 상당수를 기증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곽목사를 초청한 강영섭은 김일성 주석의 외삼촌인 전 기독교연맹 회장 강양욱 목사의 아들로 아마도 옌볜과학기술대학의 교육지원성과를 보고 그를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은 이념이라는 벽으로 갈라지면서 한차례전쟁과 전쟁 전후를 통한 무수한 크고 작은 투쟁사건을 통해 적어도 남북한에서 1천만명이상의 애맨 목숨을 잃게 됐다.

귀하지 않은 생명은 어디에도 없다. 한반도는 사상투쟁으로 인한 원한이 뒤덮인 곳이라고 볼수 있다.

이 원한을 뚫고 남북교류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종교적 힘이 아니고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산이 멸시했던 종교인의 무력함과 원수를 사랑하는 어리석음 같은 것만이 이 원한의 벽을 넘나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인이 남북이념의 벽을 넘어 들락거리는 데도 하나의 분명한 선이 있어야 한다. 북한의 체제에도 남한의 체제에도 해를 끼치거나 끼친다는 비난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순수한 종교적 차원에서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동포들을 도운다고 해도 남한 정부를 해친다고 판단되는 결과가 야기 된다면 이는 종교인의 영역을 넘는 것이다. 북의 정권을 무너뜨릴 목적으로 종교를 들고 들어가서도 안된다.

종교는 인간내면세계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 외에 밖으로 나오는 경우는 순순한 인도적차원 행위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서는 안된다.이것이 종교와 정치를 다같이 살리는 길이다.

북한당국의 초청을 받은후 한국정부의 허가를 얻어 의료지원과 같은 인도적목적을 갖고 들어간 곽선희목사의 북한방문모형이 남북종교인 간에 활발히 계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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