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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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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리덩후이(이등휘)총통이 내년 3월의 총통직선출마를 이쯤에서 포기한다면 중국과 타이완, 미국과 중국간에 얽힌 관계는 실타래풀리듯 술술 풀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총통은 그럴 생각이 꿈에도 없어 보인다. 그는 지금 그의 정치적 생애의 정점에 있고 타이완인의 지지도 확고하다. ◆타이완이 본토수복에 의한 통일전략을 포기하고 독립을 겨냥한 독자외교를 추구하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 중국이 막대한 전쟁비용과 국제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타이완과 싸움을 벌여 「하나의 중국」을 관철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얻을 것은 공허한 명분 뿐 실리는 적다. 차라리 독립 후의 영국과 미국관계처럼 맹방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장쩌민(강택민)주석의 정치적 입지다. 중국은 덩샤오핑(등소평)이 살아있는 동안 현재의 지도체제를 안정시켜야 한다. 타이완의 독자외교를 그냥 놔둔다거나 동아시아지역 분쟁에서 조금이라도 밀리는 기색을 보였다가는 강주석의 정치생명이 당장 끝장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이치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타이완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중국의 인권을 거론하면 할수록 중국은 물러설 곳이 없다. 중국이 동아시아지역의 안정에 협력할 수 있게 하려면 강주석의 정치적 입지가 안정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확고한 정치기반을 다진 자만이 대외관계를 이성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 역시 내년 선거가 만만치 않다. 동아시아지역이 최근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은 이처럼 관련 각국 정치지도자의 입지가 안정돼 있지 않은데도 큰 원인이 있다. 리더십의 불안은 북한이나 일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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