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 중에는 사고처럼 큰 것이 없다. 사고는 일순간에 건강한 사람을 시체로 만들기도 하고 정상적인 사람을 불구자가 되게도 한다. 인간이 문명의 창조자라는 점에서는 대단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런 능력도 사고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지만 결국 모든 사고 앞에 인간은 모두 장님인 것이다. 인간의 삶이 늘 불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번한 사고로는 교통사고가 단연 으뜸이다. 공식집계에 의하면 이것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든다고 하니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현실이라서 좀 과장해서 말하면 요즘 집을 나서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끔찍스러운 사고라도 그것이 자주 발생하면 그에 대한 면역이 생기는 것일까. 몇 사람 죽고 몇 사람 다친 교통사고쯤은 이젠 별 것도 아닌 양 놀라지도 않는다. 심지어 모 단체에서는 「교통사고 반으로 줄입시다」라는 캠페인까지 하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캠페인의 표어만큼은 왠지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교통사고를 반으로 줄이다니. 그러면 반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 무서운 교통사고가, 인간의 생명과 희망을 앗아가는 그런 불행한 사고가 이 사회에 반쯤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단 말인가. 「쓰레기를 반으로 줄입시다」, 「소비를 반으로 줄입시다」라면 몰라도 교통사고를 반으로 줄이자는 것은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로 볼 때 맞지 않다.
피할 수 없고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당하는 것이지 어떤 사람도 교통사고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가정에서 「오늘도 무사히」를 기원하는 가족들의 소망은 어찌하고 교통사고를 반만 줄이기로 목표한단 말인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사고는 당연히 우리 사회에서 단 한건도 발생되지 않기를 염원해야 하고 따라서 캠페인도 그런 내용을 이상으로 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의 발상이라면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대형사고도 단순히 많다, 적다라는 상대적 수치로만 따져서 「대형사고 반으로 줄입시다」라는 캠페인이 나올까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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