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조원매출 목표 본격투자/장기적으론 설계분야 진출계획도지난해 민영화 1호 기업인 대한중석에 이어 라이프유통을 인수, 「고래를 삼킨 새우」로 통했던 거평그룹(회장 나승렬)이 진짜 욕심을 내고있는 사업은 반도체조립이다. 부동산과 유통으로 커온 거평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조립업체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거평의 반도체사업은 지난 5월 필립스계열의 반도체조립회사인 한국시그네틱스를 전격 인수하면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반도체메이커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던 최근 4∼5년동안 투자를 중단한채 오히려 고용을 축소, 끊임없는 노사갈등을 빚어왔던 한국시그네틱스를 인수해 3년내에 세계 랭킹10위 안팎의 대형 반도체조립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한단계씩 밟아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재벌」인 거평이 주력사업으로 반도체를 선택한 것은 시장전망이 아주 밝은데다 66년 설립된 한국시그네틱스의 오랜 노하우와 숙련된 인력에 과감한 자동화시설투자로 기존 노후화설비를 개체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현재 서울 염창동 한국시그네틱스공장은 거의 매일 고용안정을 위한 단체협상으로 새출발을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빈사상태의 부실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데 「천재적인 소질」을 보여온 거평인만큼 한국시그네틱스의 도약도 시간문제라는게 반도체업계의 시각이다.
거평은 한국시그네틱스에 98년까지 3년간 약 2천억원을 투자, 현재 연간 5억개 규모인 반도체 조립능력을 9억개이상으로 늘리고 매출도 지난해 1천3백억원에서 2000년까지 1조원대로 7배가량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세계최대 규모인 월 5억개의 반도체 패키지를 생산하는 아남그룹에 비하면 걸음마단계에 불과하지만 값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조립을 확대, 매출액면에서는 아남의 아성까지 넘보겠다는게 거평의 속셈이다.
한국시그네틱스의 생산관리를 담당하는 주수남(50)이사는 『새로운 반도체조립 기술개발을 본격화, 반도체 핀수가 80개 이내인 중저가 제품생산을 줄이고 반도체 핀수가 2백∼4백개에 달해 조립시 정밀기술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거평은 일단 전세계적으로 반도체가공 웨이퍼 생산량에 비해 패키지생산(조립)능력이 훨씬 부족한 점을 감안, 반도체조립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다가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설계분야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거평은 이를 위해 서울 염창동 공장의 노후화 설비를 전면 개체하는 한편 올하반기에 수도권에 제2공장, 내년에 필리핀이나 베트남에 제3공장을 각각 착공할 예정이다.
또 자체 반도체 설계능력을 축적하기 위해 반도체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도쿄등 요지에 판매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외 우수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공장 종업원수도 98년까지 현재의 2배인 2천명으로 늘릴 예정이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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