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43세의 강삼재의원을 민자당 사무총장에 임명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 파격적인 인사를 「연령 파괴」라고 표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정당의 사무총장에 40대 초반의 「젊은이」가 기용되었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대 사건이었다.정계의 세대교체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김영삼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젊은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젊은 인물을 발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해방후 출생한 세대를 총무처장관에 임명한데 이어 곧 있을 개각에서도 40대 인물 한 두명을 발탁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야권도 젊은 인재 발굴에 관심이 높다. 전문직을 가진 젊은층과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있는 인물들을 영입하려고 뛰고 있고, 젊은 부총재를 임명하여 젊은 사무총장에 맞불을 놓으려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정계에서 40대나 50대 초반의 운좋은 사람 몇명은 벼락출세를 하게 될 모양이다.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새 질서, 새 바람을 일으키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정치권의 물갈이와 세대교체를 고대해온 국민은 이같은 연령파괴 바람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파괴란 항상 생산적일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 후3김시대를 열어가는 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는 입장의 차이는 있으나 40대에 홀로 섰던 사람들이다. 김영삼·김대중씨는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와 선배들을 제치고 대통령 후보에 도전했고, 김종필씨는 5·16의 주체세력이었다. 그들은 젊은 인재들을 발탁하고 키움에 있어서 자신의 40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권위주의적인 지도자가 젊은 후배들 위에 군림하여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젊은 후배들은 지도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한도내에서만 움직인다면 연령파괴란 공허한 것이다.
최근 유통업계의 가격파괴 바람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이득을 안겨 주었다. 선발업체의 가격파괴가 유통업계 전체를 단기간에 강타했던 것은 소비자의 호응이 그만큼 열렬했기 때문이다. 정치계의 연령파괴도 가격파괴에 견줄만한 실질적인 이득을 유권자들에게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 나이만 젊을 뿐 능력도 의심스럽고, 패기도 없고, 지도자의 눈치나 보며 몸을 사리는 인물들이라면 국민의 냉소를 더할 뿐이다. 당을 근본적으로 민주화하지 않고 연령파괴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려는 것은 무의미한 속임수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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