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시인 고은(62)씨가 새 소설 「선」(창작과비평사·전 2권)을 냈다. 달마 이래로 중국선종 6조 선사들의 수행과 득도의 세계를 그린 소설은 선사를 문학형식으로 정리한 것으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1백여 종이나 되는 책을 지침없이 써내는 그의 필력을 증거하는 성과물이다.그가 출간한 작품의 대종은 아무래도 시집. 1960년 탐미와 허무를 담은 시집 「피안감성」을 시작으로 「니르바나」 「문의마을에 가서」 「새벽길」 「조국의 별」 「내일의 노래」 「독도」등 시집과 7권으로 완간된 장편서사시 「백두산」, 지금까지 9권이 나와 있고 우리 시사 초유의 대작이 될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서사시 「만인보」등 창작시집만 30종이 넘는다. 여기에 시선집 5권과 83년 전집으로 나온 2권의 시집이 보태진다.
그 다음이 수필·산문형태의 책들. 68년 수필집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비롯, 「나의 방랑 나의 산하」 「황토의 아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등 주로 자전형식의 글이 20권을 넘는다. 소설은 64년의 「삼월경의 구름」부터 장편 「산산이 부서진 이름」 「어린 나그네」 「화엄경」등과 소설집 「밤주막」 「어떤 소년」등 10여 권에 이른다. 최근에는 자전소설 「나, 고은」과 「나의 청동시대」를 펴냈다. 이밖에 이중섭 이상 한용운 평전, 평론집 「시와 현실」 「전환에 대한 성찰」과 불교경전 해설서 「금강경의 세계」 등을 써냈고, 「당시」 「시경」 등을 두루 번역했다.
노령에도 식지 않는 창작의 열정을 보이는 그는 작고소설가 이병주씨가 장편을 위주로 69종에 1백권이 넘는 작품을 남긴데 비견된다. 그러나 고은은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전방위 문학가적 재능과 민족문학의 한 구심점으로 자리하고 있는 문학적 역량을 겸비하고 있다.
현존소설가로는 프랑스의 줄리앙 그린이 95세에 64번째 소설을 올해 초 펴내 화제가 됐고, 역대 다산 1위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성작가 캐슬린 린제이가 9백4권의 책을 낸 것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돼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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