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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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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철학자 임어당은 저서 「내 나라 내 국민」에서 대륙을 통치하는데 3개의 신이 있다고 했다. 체면 운명 은전. 그는 이 중에서도 체면이 가장 중요하며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도 중국사람들은 『체면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버린다』고 곧잘 말한다. ◆중국어로는 체면을 미엔쯔(면자)라 한다. 체면이 설 때는 요우미엔쯔(유면자), 반대로 잃을 때는 메이미엔쯔(몰면자), 체면을 세워 주는 것을 게이미엔쯔(급면자), 그리고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쯩미엔쯔(쟁면자)라 한다. 전통적으로 중국사람들이 이 체면을 중시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미엔쯔 꿍푸(면자공부)라는 연구분야도 생겨났다. ◆지난6월, 리덩후이(이등휘)타이완총통의 미국방문이후 악화일로에 있던 중·미관계가 서로 체면을 살린 조치 하나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간첩혐의로 체포 구금 두달을 넘긴 중국계 미국인 인권운동가 해리 우에 대해 중국은 24일 징역15년에 추방조치라는 절묘한 처방을 내렸기 때문이다. 돌발적인 그의 체포로 두나라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입장이 난처해진 클린턴 행정부도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석방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미국측은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봉쇄정책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려던 순간에 중국국내법에 의한 처형이란 명분을 살리면서 즉각추방으로 상대(미국)의 체면 역시 살리는 고도의 외교술을 보인 것이다. 계속되는 중국의 무력시위, 핵실험등이 이같은 체면외교로 다시 정상을 되찾고, 동북아안정 위협도 가라앉힐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북송쌀」등 북한과의 주요협상 때마다 번번이 체면을 잃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랄 수 있다. 『모두가 체면이 설 때 문제가 생길 수 없다(대가유면자 몰문제)』―이 역시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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