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등 재산피해 6백59억/교통·안전점검 구멍 또 드러나서울·경기·충청등 중부 일원이 90년 서울 대홍수 이래 가장 큰 물난리를 겪었다. 26일 밤늦게 태풍 재니스가 한반도에 상륙, 27일 상오중 빠져 나가면서 집중호우의 기세는 일단 꺾이겠지만 물끝피해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재는 태풍 재니스보다는 지난 23일부터 4일간 수그러지지 않고 줄기차게 계속된 집중호우의 요인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한강상류의 댐 방류로 한강수계와 금강 유역이 범람 일보 직전까지 가고 저기압골이 여전히 발달돼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 다가온 태풍 재니스는 세력이 다소 약화해 예상보다는 적은 비를 뿌리며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미처 물이 빠지지 못한 중부지역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피해가 가중됐고 물난리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패닉현상이 다른 어느 물난리 때보다 컸다. 특히 5년만에 수문을 연 소양강댐의 엄청난 방류와 역시 5년만의 한강홍수경보는 수도권 주민을 긴장과 불안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충남 보령지역이 기록적인 6백㎜이상의 강우량을 내고 전라·경상도와 영동지방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3백50∼4백㎜의 강우량을 기록한 이번 물난리는 우선 전국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서울도심과 수도권을 수일간 거대한 주차장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거의 묶어 놓았고 경부선등 기간철도망과 고속도로, 국도가 곳곳에서 두절돼 전국적 교통대란을 빚게 했다.
여기에 추수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중부일원의 농경지 2만7백여㏊를 침수시켰고 산사태등을 유발, 사망·실종 50명의 적지않은 인명피해를 낸 것으로 중앙재해대책본부는 26일 하오 12시 현재 잠정집계했다. 범람위기로 남한강, 금강 일원의 여주, 예산, 조치원등의 주민 5만여명 이상이 한때 긴급 대피했으며 26일 하오까지도 1만여명이 대피상태에 있다. 재산피해는 6백5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하순 47명의 인명피해와 9백18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A급 태풍 페이에 비해서 결코 적지않은 피해다. 그러나 태풍이 27일 상오중에나 동해안으로 완전히 빠져나갈 것으로 보여 피해규모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폭우와 태풍은 재난에 대비한 평상시의 안전관리체제의 허점을 다시한번 드러내기도 했다. 국가기간철도의 두절은 자연재해만을 탓하기 보다는 평상시의 안전점검과 예방대책의 소홀이 빚은 측면이 크다.<박정태 기자>박정태>
◎태풍 재니스 “작지만 두려웠다”/폭우 뒤이어 강한비구름 무장 접근/물난리 긴장속 동해로 빠져
26일 하오부터 서울 경기등 우리나라 중북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린 제7호 태풍 재니스는 27일 상오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해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재니스는 집중호우의 뒤를 곧바로 이어 한반도를 기습, 온 국민을 불안과 초조에 떨게 했지만 그다지 규모가 큰 태풍은 아니었다.
지난 22일 서태평양에서 출발할 당시 중심기압 9백98헥토파스칼로 소형이었던 재니스는 중국대륙으로 접근하면서 9백90헥토파스칼로 세력이 다소 강해지는듯 했다. 그러나 25일 상해부근 해안지대를 스치면서 9백96헥토파스칼로 세력이 주춤거리기 시작해 26일 하오 서해안으로 접근할 때는 더욱 약화됐다.
이는 서해의 해수온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 수증기의 유입이 적은데다 태풍이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됐기 때문이었다. 26일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20로 약화돼 바람의 세기가 태풍이라기 보다는 강한 폭풍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재니스는 24일께 타이완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던 열대성 저기압을 흡수해 세력에 비해 강한 비구름대를 형성, 26일 중부지방에 접근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특히 중부지방에 전선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에서 재니스가 북상, 태풍이 오기전부터 비가 내렸으며 서울 경기지방은 태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오른쪽 전면에 위치, 큰 비를 겪었다.
재니스는 우리나라 전역에 영향을 미치리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남부지방과 태백산맥 동쪽지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남해와 서해에서 조업중이던 수많은 어선과 막바지 휴가를 즐기던 피서객들의 발길을 2∼3일씩이나 묶어놓고 한강·금강 범람비상 뒤끝에 찾아와 초특급 태풍만큼이나 태풍 행세를 톡톡히 하고 지나갔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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