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대변인은 글자 그대로 소속당의 입장과 견해를 국민들에게 전해주는 입이다. 그러한 기능 때문에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하게 된다. 정치판에서는 스타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자리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요직의 하나로 손꼽힌다.그런데 얼마전 물러난 민자당 대변인은 당 대변인 제도의 무용론을 들고 나온 적이 있다. 툭하면 여야가 저질 성명으로 물고 뜯는 싸움을 해야 하는 대변인의 기능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대변인의 성명은 소속당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설사 본인이 싫어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렇게 타의에 의해서 성명이나 논평을 할 경우 대개 「좀더 세게 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소속당의 대표나 총재를 대리해 싸움을 해야 하는 악역을 대변인이 맡게 되면 발표문의 내용과 표현은 전투적으로 변한다. 성명이나 논평이 아니라 아예 욕설이요 비방이다. 머나먼 과거까지 들추어 전력까지 시비하는 조로 강경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는 인신공격을 퍼부우면 똑같은 수준의 저질 성명으로 반격을 받게 마련이다. 서로 헐뜯고 흠집내기에 급급한 진흙탕의 추한 싸움이 되고만다. 원인과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대변인의 입들이 이렇게 험악해질 때 정치판의 질적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험구로 주고 받는 성명과 논평은 바로 우리 정치의 오늘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을 정치라고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실망이 크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끼치는 해가 엄청나다. 지금 한창 배우는 나이에 있는 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
이제 우리는 대변인의 입을 세탁함으로써 우리 정치의 수준과 격을 높이는 방안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왔다. 때마침 기존의 4당 대변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예정되어 있다니 이 문제를 본격 거론하는 것이 정치발전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감정대신 논리와 양식에 입각해서 건전한 비판을 서로 주고 받도록 약속하는 신사협정이라도 맺을 수 있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초강경의 원색적 용어들이 마구잡이로 동원되는 성명전이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비정상시대가 아니다. 정상적인 문민시대에서는 양식과 논리로 얼마든지 서로 대응할 수 있다. 제발 이제부터는 과격한 저질 설전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 말도록 각 정당 지도부와 특히 대변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