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서도 막강권력 군부에 “선전포고”/대통령권한 제약 현헌법 개정여부가 관건에두아르도 프레이(53) 칠레 대통령이 집권 1년반만에 의욕적인 「과거청산」에 나섰다. 청산대상은 문민정부하에서도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군부」이다.
프레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80년 군부독재 정권이 제정한 헌법을 개정하고 군부독재 시절 납치되거나 사망한 인사와 관련된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발표, 사실상 군부와의 대결을 선언했다.
지난 94년 3월 두번째 민간대통령에 취임한 프레이는 당선직후 『이제 군부의 지도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으로서 군부에 대해 전적인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와함께 『선거공약대로 전대통령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령관이 97년 이전에 물러나도록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재다짐했다.
하지만 73년 쿠데타이후 17년동안 칠레를 철권통치했고 90년 민간정부 출범뒤에도 무시못할 실권을 행사하고 있는 군부를 제압하기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칠레 군부는 사실상 대통령 권한밖에 있다. 현행 헌법상 군부는 8명의 상원의원을 지명할 수 있으며 대통령이라도 장군과 제독등 고위장교들은 직접 해임할 수 없고 다만 군부에 해임요구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말이 군통수권자이지 대통령은 군부앞에선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이렇게 대통령의 권한이 심각하게 제한돼 있지만 프레이 대통령은 취임초기에는 군부와의 충돌을 피했다. 전임 민선 아일윈 대통령 시절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급선무였고 과거에만 얽매이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프레이 대통령의 기민당이 속해 있는 집권 중도좌익 연합이 헌법개정에 필요한 상원의석 3분의2를 확보하지 못한 것도 현실적인 제약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군부가 대통령의 권위에 노골적으로 도전하자 프레이 대통령의 인내가 한계에 이른 것이다.
지난 5월30일 칠레 대법원이 군사독재 시절 워싱턴에서 피노체트의 정적인 올란도 레텔리에르 외무장관을 살해한 전직장성 2명에 실형을 선고하자 피노체트 군사령관이 이들을 빼돌려 버렸다. 그뒤 이들 장성은 제발로 감옥에 들어갔지만 군부의 방자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고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마침내 프레이 대통령이 「칼을 뽑아든」것이다.
하지만 프레이 대통령이 「군부 토벌」작전에서 완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른것 같다. 의회는 물론이고 군부와 가까운 보수세력들이 사회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우선 헌법개정 자체가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지난 64∼70년 대통령을 지낸 에두아르도 몬탈바의 아들로서 84년 정계에 투신, 상·하원의원을 거쳐 93년 12월 대선에서 군부가 지원한 우파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승리한 프레이 대통령이 군부독재의 유산을 시원하게 청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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