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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앞둔 한은 무엇이 문제인가/기능중복·책임한계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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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앞둔 한은 무엇이 문제인가/기능중복·책임한계 모호

입력
1995.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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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조직/결국 대수술 자초/「양지부서」 중심인사도 개선돼야한국은행이 설립 45년만에 대대적인 수술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에도 한은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은 한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문제로 인해 외부의 강압에 의한 개혁보다는 자율적인 변화를 유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산지점 지폐 불법유출사건은 한은의 개혁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폐유출 사건이 단순한 금융사고로 끝나지 않고, 이처럼 한은에 대한 대수술로 귀결된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한은의 안이한 대응이 한은 조직의 구조적인 결함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사건이 터졌을때 조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만한 내부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관계자들의 책임회피 또한 책임한계가 모호한 조직체계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들은 현재의 한은조직의 문제로 ▲업무의 비효율성 ▲모호한 책임한계 ▲권한의 상향집중등을 꼽고 있다. 업무의 비효율성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각 부서별로 중복되거나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은은 올해초 자체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기능중심의 조직개편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었다. 책임한계의 문제는 이번 지폐유출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관련 부서인 감사실 인사부 발권부등의 관계자들은 서로 자신들의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같은 사실은 한은의 조직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지만, 무엇보다 조직체계상 책임한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응당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자체 감사 또는 감찰이 곧바로 뒤따라야 할텐데도 감사실은 사실상 팔짱을 끼고 있었다. 감사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에는 모든 중요한 일을 총재가 직접 관장하는 조직체계상의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감사실이 아닌 인사부가 사건수습의 중심역할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뿐 아니라 인사상의 문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발권기관인 중앙은행이 본연의 업무인 화폐관리를 소홀히 한데서 비롯되었다. 한 관계자는 한은인사가 지나치게 조사1부와 자금부등 이른바 양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임원들중 대부분은 이러한 주요 부서출신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이제는 임원도 관리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한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음지로 통하는 관리부서나 지점에서 책임자급의 경력을 쌓은 사람이 임원에 선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서열중심의 인사도 개선항목으로 꼽히고 있다. 현실안주나 무책임한 업무처리도 이러한 비경쟁적인 인사방식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최근 한은이 부장과 과장급에 대해 하위직원의 평가를 받는 상향식 고과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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