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6시간 끊겨… 승객 “발동동”/충북·장항선은 복구지연 계속 마비/점검소홀·교량안전대책 미비 인재도 한몫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 25일 경부선이 6시간여 불통되는등 국가 기간교통망인 철도가 한때 최악의 운행중단사태에 빠졌다. 천재지변으로 전국 철도망이 일시나마 마비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경부선 중앙선 영동선 태백선등 4개 노선은 복구돼 일단 개통됐지만 충북선과 장항선은 8곳의 복구작업이 지연돼 불통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여객운송의 23.4%, 화물운송의 22.0%를 차지하는 철도교통망의 부분적 마비상태는 복구지연과 태풍 재니스의 접근에 따라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집중호우라는 천재적 요인 외에도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인재의 요인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발생하는 호우, 태풍에 대비한 점검 소홀과 함께 평소 노후교량등 철도시설물에 대한 안전대책 미비에 따른 어이없는 사고라는 지적이다.
이날 사고로 경전선 경춘선 경의선을 제외한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모든 열차의 발이 묶여 서울의 각 역과 수도권에서 지방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은 물론 상행선을 타려던 전국의 철도승객들이 역에서 발을 굴러야 했다.
특히 충북 괴산군 청안천 철교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탈선·전복사고는 자칫 지난93년 구포열차 전복사고, 지난해 삼랑진 무궁화호열차 충돌사고의 악몽을 되풀이하는 참사로 이어질뻔한 대형사고였다.
청안천 철교는 지난 80년 충북선이 복선화하면서 4개의 교각위에 세워진 길이 50·2의 복선철교다. 이날 사고는 4개의 교각중 2개가 호우로 불어난 급류에 쓸려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철도청에 의하면 청안천 철교의 경우 지난 4월 해빙기 정기점검 이후 최근까지 이렇다 할 안전점검이 실시되지 않았다. 사고지역 보선사무소측은 『매일 순회점검과 장마철을 앞둔 특별점검을 했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되는 재난에 대비한 철저한 점검보다는 형식적 안전점검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이날까지 사흘째 계속된 집중호우에 따라 현장점검을 실시해 운행조정등의 조치만 있었더라도 이번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철도교량은 길이에 따라 5백이상은 1종, 1백이상은 2종, 1백미만은 3종으로 분류돼 관리된다. 1, 2종은 2년마다의 정기 안전진단, 분기별 안전점검을 받는다. 그러나 3종교량은 해당 지방철도청 보선사무소의 자체점검을 받는데 그치고 있다. 국내 전체 철교 3천81개중 3종 교량이 절대다수인 2천7백98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제2, 제3의 청안천 철교사고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점검을 하더라도 교각상태등을 정밀 점검할 수 있는 장비가 전무하기 때문에 육안점검에 의존, 점검결과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진다.
부족한 안전관련인력과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내년 공사화를 앞두고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철도청은 이번 기간망 마비사태로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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