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의 죽음 소재로 현대기술문명 비판탁월한 문학저널리스트이며 산문가로 활동해 온 김훈씨의 첫 장편소설. 소방대원과 장님안마사 여인의 죽음, 소방업무의 치열한 현장을 소재로 빗살무늬토기가 상징하는 시원의 공간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과 기술문명에 포위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일선소방대원의 의문에 싸인 죽음이라는 미스터리사건과 사물의 정황을 해석하는 치밀한 묘사, 고도의 수사등이 작품을 시종일관 긴장감있게 이끌어 나간다.
화재원인 규명을 위해 최초 발화지점을 남겨 두어야 한다는 진압원칙을 어기고 발화점을 향해 돌진하다 순직한 부하직원 장철민의 삶에 대한 소방대장의 관찰이 줄거리. 전투와 다를 바 없는 진화작업의 격렬함, 중기운전사였다가 소방관이 되어 발화의 잔화를 온통 흐트리길 자처한 장의 의도, 신석기시대의 모습이 상징하는 완강한 기술문명 이전의 것에 대한 그리움들이 어우러져 큰 울림을 낳고 있다.
평론가 김윤식씨는 작품해설에서 『인류문명사에 대한 비판적 사유라는 농경사회적 상상력과, 감성을 거부하는 강도 높은 문장력으로 최인훈 이후 오랜만에 한 사건이 될만한 관념소설을 선보였다』고 호평했다. 문학동네간·6천원<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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