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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문제의 해법(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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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문제의 해법(천자춘추)

입력
199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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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수많은 젊은이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에 항상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혼수장만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혼수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혼수를 적게 해왔다고 남편과 시집으로부터 극심한 학대를 받는 경우는 극단적이라고 하더라도 혼수장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신부와 그 가족에게는 걱정거리임이 분명하다. 오죽하면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혼수없는 외국사위를 보겠다고 말하겠는가.혼수란 여자가 시집갈 때 마련하는 살림장만과 시집식구들에게 보내는 예단이 그 주를 이룬다. 정성을 담아 형편껏 마련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 「형편껏」이라는 정의가 문제이다. 여자쪽에서는 자기 형편상 최대로, 또 정성껏 해간다고 하지만 시집쪽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혼수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쟁은 결혼 후에 더욱 본격화한다. 혼수전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낭비하는지 겪은 사람이면 다 알 것이다. 혼수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우리는 적극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두 젊은이가 결혼해 함께 살려면 몸담고 기거할 집과 매일매일 쓰는 살림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신랑이 살 집을, 신부가 살림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집값도 구입을 하든 전세를 얻든 혼수비용보다 적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결혼비용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면 어떨까. 집과 살림을 따로 장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예산을 합쳐 집과 살림마련을 한다면 혼수문제에 대한 시비가 사라지리라고 본다. 이럴 경우 어느 시어머니가 예단을 해달라고 하겠는가. 자연히 사치나 낭비도 막을 수 있다.

또한 혼인전에 서로의 결혼비용을 정확히 알 수 있으므로 이 문제로 나중에 다툴 이유가 없다. 이렇게 공동으로 집과 살림을 마련하면 체면과 예의 때문에 써야 했던 비용을 줄이고 실속있고 자기들 사정에 맞는 집과 살림을 장만할 수 있다. 신랑 신부가 똑같이 출자하면 그 부부는 그야말로 평등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임돈희 동국대 교수·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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