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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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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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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강연한 일본의 어느 철학자는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한 이유 네가지를 꼽았다. 1억3천만 인구의 단일화한 인간, 높은 도덕성, 지적 호기심, 그리고 서민에서 총리까지 수직 상승할 수 있는 사회적 계급 변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더 요약하면 사회의 역동성과 인간의 건실화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런 현상과 원인이 요즘 사라져 간다는 지적이다. 자연파괴가 갈수록 심각하고 더불어 인간 내면의 붕괴가 진행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마저 나타낸다. 도덕도 안 믿고 종교도 믿지 않으며 돈에 너무 집착해 정신의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 맞춰 보아도 가슴에 와 닿는 말인 것 같다. 지난 여름, 우리는 뜨겁고 울적한 계절을 보냈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넋을 뺏길듯 울분에 떨어야 했고, 시 프린스 유조선의 좌초로 남해안이 기름바다가 되는 참경을 겪었다.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한국은행에서 폐지폐 유출사건이 터졌다. 그런가하면 장마답지 않은 장마와 오락가락 폭우가 물난리와 가뭄을 한꺼번에 몰고 왔다. ◆호우경보와 주의보까지 내렸던 중부의 폭우로 한강은 쓰레기 강으로 변한 것이 우리를 또 슬프게 한다. 강과 바다를 이 지경으로 만들만큼 환경 파괴의 공포가 날로 부풀어만 간다. 이상기후가 바로 이탓이 아니겠는가 하는 분석이 조금도 이상하지가 않다. 지난 여름의 재난과 사고를 돌아보면 자연 파괴와 도덕성의 붕괴가 새삼 놀랍다. 애써 이룩한 근대화의 열매가 썩어 갈까 두렵다. ◆처서를 보내면서 계절이 바뀌어 간다. 가을의 정취가 고개를 든다. 가을은 상추라고도 한다. 상쾌한 계절을 뜻한다. 여름의 수난과 땀을 씻고 이 청명한 계절을 맞아 우리 내부를 먼저 돌아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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