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 산업” 아낌없는 투자 필요미국의 석학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는 탈자본주의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 사회의 제일 중요한 자원은 인간의 육체적 노동이나 물적 자본이 아닌 지식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초음속 여객기나 초고속 TGV등을 눈여겨 보면 어떤 분야든 최고에 도달할 때 하나의 동질성을 나타낸다. 그것은 자연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에서 효율적인 것을 찾아냈을 때 실용성과 자연미가 근접하는 공식이다.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정신과 호기심, 창조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장인정신이 보태져야 한다.
파리에서 미술수업을 하면서 프랑스사람들로부터 『학문이건 예술이건 한국인은 프로의식이 부족한 것같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등은 오늘날에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지만 도공들은 비법전수에 지극히 폐쇄적이었다. 이는 장인을 천시했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전통의 단절은 물론 엄청난 문화유산의 손실을 초래했다. 비법전수의 맥이 끊어져 첨단과학으로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완벽한 재현이 불가능한 우리의 현실은 장인정신의 결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매년 수많은 한국의 섬유산업 관계자들이 파리를 방문하지만 제품의 견본수집만 하다 귀국한다. 정보수집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는 창조의 밑거름이 돼야지, 단순한 복제를 위한 것이라면 우리 경제는 언제나 선진국의 하청을 받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장인정신이 투철했다면 성수대교나 삼품백화점 붕괴같은 참사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1세기에서 예술은 부의 원천이다. 19세기 화가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가 세계경매사상 최고가인 4백50억원에 일본의 한 보험회사에 팔린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그 회사는 전세계 언론의 초점이 돼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두었고 순회전시회등으로 구입가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산업경쟁력은 비틀거려도 할리우드의 문화상품은 세계를 지배한다. 세계는 이제 환경파괴도 없는 고부가가치의 문화전쟁의 장에 들어섰다. 문화재와 예술품의 상품성을 일찍 깨달은 선진국들은 다투어 박물관과 미술관에 투자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10년간 3백여개의 박물관을 건립했고 일본의 박물관은 8천여개에 달한다. 우리의 실정은 너무 딱하다. 특수 박물관을 다 합해야 1백여개에 불과할 것이다.
문화전쟁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술에 대한 투자와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중요하다. 예술이 산업이라는 기업의 사고전환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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