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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감원의 무책임한 침묵/김병주 경제2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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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감원의 무책임한 침묵/김병주 경제2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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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의 부정적 단면을 극명히 드러내준 동방페레그린증권 이형근 대리 피살사건이후 6일째.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증권감독원은 침묵만 계속하고 있다. 사건이 증시의 「작전」때문임이 밝혀진지 오래인데 대책은 물론 공식적인 입장하나 발표하지 않았다. 『경찰의 최종수사결과가 나와봐야 한다』 『늘상 하는 업무가 작전세력근절인데 또 무슨 대책이 있겠느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철모르는 증권사직원들의 단순범행인 만큼 이들에 대한 정신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엉뚱한 소리도 늘어놓고 있다.이번 사건은 증권사직원의 주식투자, 가·차명계좌의 성행, 주가조작행위등 온갖 탈법으로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크게 변질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증권사나 임직원들의 「작전」개입 사실도 확인시켜줬다.

이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충격과 증권시장에 대한 불신감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작전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일반투자자들의 배신감도 깊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거액을 빼돌린 한국은행직원의 범행동기가 주식투자손실에 있었다는 사실과 주가조작 증권사직원 구속발표까지 겹쳐 투자자들의 불신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작전」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지 고단위처방이 내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증감원은 이 사건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작전을 둘러싼 증권시장의 구조적비리는 결국 인명까지 앗아갔다.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중대한 사회문제로까지 불거진 것이다. 실적경쟁에만 매달려있는 증권사 풍토와 허술한 법체계와 처벌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작전세력은 얼마든지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 작전세력은 증권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 조직화 지능화하고 있다. 우리 증권시장에는 「룰」도 「심판」도 없느냐는 뼈아픈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는데 증감원은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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